심리상담 받고보니 AI…가짜 전문가 판친다
■불안한 시대 틈탄 신종 상술 등장
역술·종교인처럼 AI 프로필 꾸며
SNS서 상담·점술 서비스·부적 판매
회원가입만 하면 증빙서류없이 활동
플랫폼서도 AI 인물 표시규정 없어
수정 2026-03-10 23:52
입력 2026-03-10 18:30
직장인 A 씨는 최근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라는 계정을 보고 상담을 받았다. 상담 내용은 비교적 그럴듯했다. 그러나 상담이 끝난 뒤 프로필 사진과 경력을 다시 확인하던 A 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상담사의 실제 경력이나 활동 이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실존 인물처럼 보이는 ‘인공지능(AI) 가짜 전문가’ 계정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심리상담가나 역술인·종교인처럼 보이는 인물을 AI로 만들어 상담이나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자격과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AI로 만든 상담가와 종교인 계정이 이미 상당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생성한 인물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며 경력이나 자격을 내세워 상담 서비스나 부적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의 심리상담 카테고리에서는 실제 상담가와 함께 AI 이미지를 프로필로 사용한 상담사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언니’ ‘○○ 전문가’ 같은 이름을 내세워 상담 서비스를 판매한다. 해당 플랫폼은 개인이 간단한 회원 가입과 상품 등록만 하면 상담 서비스를 올릴 수 있어 사업자 등록이나 전문 자격을 확인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상담사는 자신을 ‘최면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상담센터를 10년 이상 운영해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센터 위치를 문의하자 주소를 밝히지 않았다. 플랫폼 측은 자격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인증 표시를 부여하고 있지만 인증 없이 활동하는 상담사도 적지 않았다. 기자가 전문가 등록 절차를 확인한 결과 별도의 자격 검증 없이도 상담 경력이나 전문 자격을 내세운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 가짜 전문가 계정 확산의 배경으로 사회적 불안을 꼽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이나 주거·육아 등 삶의 불안이 커질수록 상담이나 점술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상담을 진행할 경우 잘못된 조언이 개인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플랫폼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전화로 사주와 타로 상담을 제공하는 플랫폼 ‘홍카페’는 최근 상담사 프로필에 ‘사진 인증’ 절차를 도입했다. AI로 만든 얼굴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자 상담사가 실제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AI로 만든 인물 활용을 제한할 제도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제공할 경우 AI 생성물임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마련을 위한 기본법 성격이 강해 개인이 AI로 만든 인물이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활용하는 사례까지 직접 규율하지는 않는다.
플랫폼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회사에 책임이 집중된 구조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여현동 법무법인 차온 변호사는 “현재는 플랫폼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회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AI로 만든 인물이나 콘텐츠가 실제 사람처럼 활용되는 경우 플랫폼도 이를 확인하고 이용자에게 알리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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