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시동 걸린 ‘오일 추경’, 정교한 설계로 재정 둑 지켜야

수정 2026-03-12 00:01

입력 2026-03-12 00:01

지면 31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發) 기름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화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추경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기에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오일 추경’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정부 내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추경은 유가보조금과 취약층 에너지 바우처, 소상공인∙한계기업 지원, 유류세 인하 등의 재원이 되거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사업자 손실 보전에 쓰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경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유가가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서 재정이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킬 효과적인 방어막일 수 있다. 중동 전쟁이라는 중대 변수는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도 부합한다. 게다가 올해는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로 법인세∙증권거래세 등 세수 증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초과 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0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불확실한 전쟁의 향방만큼이나 추경 규모나 재원이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조기 종전 의지에도 전쟁이 장기화하면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치솟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해 세수는 줄고 추경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세수 낙관론에 기댄 정부의 장밋빛 추경 계획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추경 시점이 6∙3 지방선거와 맞물린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가 쇼크’의 피해 지원이라는 취지와 달리 추경 예산이 자칫 ‘지역 민생’ 명목의 선심성 돈 풀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은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기 극복의 마중물로서의 추가 재정은 취약층에 대한 선별 지원 등 꼭 필요한 곳에 적기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여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지역 예산 끼워넣기나 선심성 지원 등은 철저히 도려낸 정밀한 ‘오일 추경’을 설계해 재정 건전성과 민생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