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 2026-03-11 18:11
물실호기(勿失好機),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정책에도 기회의 순간이 있다. 제도와 정치적 의지, 사회적 요구가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 변화의 가능성은 커진다. 지금 출범한 규제합리화위원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2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이후 대통령은 3월 초 바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남궁범·박용진·이병태 세 명을 위촉하며 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는 한국 규제관리 거버넌스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대통령 회의체와 규제개혁위원회로 나뉘어 있던 규제 개혁 추진 체계가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정비된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의 신설·강화 규제 심사, 기존 규제 개선, 규제실태 점검과 평가 등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운영은 신설·강화 규제 심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존 규제의 개혁은 별도의 대통령 회의체를 통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장관회의, 지난 정부의 규제혁신전략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는 관료의 권한이고 규제 변화는 책임을 동반한다. 관료제의 속성상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거나 책임을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규제 개혁은 늘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이원화 구조는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대통령 회의체의 동력을 떨어뜨렸고 규제개혁위원회가 가진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각 부처 규제 개혁의 기획과 평가 기능을 갖고 있고 경제단체와 지자체, 국민의 규제 개선 건의가 집결되는 창구이기도 하다. 또한 기존 규제와 새로운 규제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등 많은 규제 정보와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과거와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 종전에는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 수장을 맡았는데 회의는 주로 민간위원장이 주재했다. 장관 대신 실·국장이 대리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위원장인 회의에는 장관들이 직접 참석한다. 결정의 무게와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둘째, 위원 규모가 25명에서 50명으로 늘었고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됐다. 국무총리가 당연직 부위원장을 맡고 세 명의 민간 부위원장이 위원회를 이끈다. 현장을 아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요자 중심의 규제 합리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논의되는 의제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단순한 신설 규제 심사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각종 진입 규제 완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산업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 민생을 위한 규제 정비 등 파급력 있는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논의에 현장의 애로와 개선 제안을 적극 투입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규제 애로 사례를 정부에 제출할 수 있고 업종별 협회나 경제단체를 통해 개선 과제를 제안할 수도 있다. 새 위원회는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기업이 혁신의 원천이 돼야 한다. 또한 이번에 위촉된 중량감 있는 세 명의 민간 부위원장과의 핫라인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규제 개혁은 제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출범은 기업에 기회다. 시불가실(時不可失), 때는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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