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계속”…오일쇼크 장기화 대비해야
입력 2026-03-14 00:05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급등하는 국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13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정유사 공급 가격 최고액은 보통 휘발유 ℓ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제한됐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날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를 볼모 삼아 미국·이스라엘과의 장기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급등했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 충격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석유제품 가격을 제한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농민·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서민의 유류비 상승 부담이 크게 가중되는 가운데 화물운송업자를 비롯해 산업 현장에서는 유류 가격 급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을 단기에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과는 다르게 이란 사태가 장기전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동률을 10~30% 낮춘 석유화학 업계는 이달 말까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원유·나프타 등 원료 수급에 차질이 계속되면 ‘연쇄 셧다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조기 추경까지 서두르지만 재정을 푸는 임시방편이나 석유 최고가격제 등의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란 사태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오일쇼크 장기화까지 감안해 산업 부문별, 시나리오별 컨틴전시플랜을 다양하게 구사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관세 납부 유예 등 실질적인 비용 절감책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범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체제를 신속히 가동해 기업과 ‘원팀’을 이뤄 에너지 수급과 금융시장 안정, 물가 관리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금은 1970~1980년대 오일쇼크 때에 버금가는 초강력 대책까지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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