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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쉰들러 ISDS 전부 승소…3200억 국고유출 막았다

PCA, 쉰들러 제기 청구 전부 기각

현대엘리 분쟁, 국가책임 불인정

정부 소송비용 96억도 상대 부담

규제기관 조사·심사 적법성 인정

론스타·엘리엇 이은 ISDS 성과

수정 2026-03-14 14:58

입력 2026-03-14 14:00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이어 스위스 승강기 제조업체 쉰들러가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쉰들러가 주장한 32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기각되며 국고 유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과 주주 간 갈등을 국가 책임으로 돌리려는 글로벌 자본과 기업들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무부는 14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쉰들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쉰들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쉰들러가 주장한 약 32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는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 정부가 투입한 소송비용 약 96억 원도 쉰들러 측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콜옵션 양도 등을 둘러싼 현대엘리베이터와 2대 주주 쉰들러 간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쉰들러는 2013~2015년 무렵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의 각종 재무·지배구조상 조치로 자사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한국 정부기관이 이를 제대로 규제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배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쉰들러 지분율이 35%에서 약 15%로 희석되거나 주가가 하락하는 등 가치가 훼손됐다는 취지다. 이후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고, 초기에는 약 5000억 원 규모 손해를 주장하다가 최종 청구액을 약 3200억 원으로 조정했다.

쉰들러는 특히 한국 정부기관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파생상품·콜옵션 관련 거래 등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인 자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를 폈다. 쉽게 말해 사기업 사이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정부 규제기관이 개입하거나 시정했어야 할 사안을 방치해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한국 공정위·금융위·금감원의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지 않았고, 합법적 권한 범위 안에서 충분한 조사와 심사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투자협정 위반은 인정되지 않으며 국제법상 국가책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쉰들러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해외 투자자가 국내 사기업의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간 갈등을 국제중재로 가져가 국가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국가의 정당한 규제권 행사가 국제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정으로 한국 정부의 ISDS 대응 역량을 다시 한번 부각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국가가 정당한 공익 목적으로 합리적으로 수행한 규제권 행사는 국제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국가의 규제권 존중 원칙을 명확히 확인받았다”며 “론스타, 엘리엇 사건에 이어 대한민국 정부의 우수한 ISDS 대응 역량이 국제사회에 각인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헤지펀드 엘리엇 등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제기한 ISDS 소송에서 잇따라 승리하는 결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두 사건은 한국 정부가 한때 거액 배상 부담에 직면했지만, 이후 취소·항소 절차에서 판세를 뒤집거나 정부에 유리한 판단을 이끌어 냈다.

론스타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과세 문제를 이유로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다. 론스타는 약 46억 8000만 달러를 청구했고, 2022년 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2억 1650만 달러와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이후 취소 절차가 진행됐고, 2025년 11월 ICSID가 2022년 판정을 취소하면서 정부의 배상 책임은 사라졌다.

엘리엇 사건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분쟁이다. PCA는 2023년 한국 정부에 약 1억 달러 규모를 지급하라고 판단했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2025년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고, 올해 2월 영국 법원은 중재판정 일부를 뒤집고 일부 쟁점은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엘리엇 사건은 아직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불리했던 기존 판정을 상당 부분 흔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장관은 “론스타, 엘리엇 사건에 이어 이 사건 승소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의 우수한 ISDS 대응 역량이 국제 사회에 각인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제투자분쟁에 대응하여 국부의 유출을 막고 국익을 수호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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