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72시간…연극, 통념을 깨다
■국립극단 ‘파빌리온 72’ 파격 실험
사운드 디자이너 카입이 연출 맡아
관객들은 입퇴장·휴식·대화 자유
“재난상황 같은 생존 임계점 탐구”
수정 2026-03-16 18:05
입력 2026-03-16 11:05
72시간 동안 멈추지 않는 극장이 관객을 맞는다. 인간의 신체적·인지적 한계에 가까운 시간을 공연의 러닝타임으로 설정해 기존 연극의 질서를 흔드는 실험적 무대다.
국립극단은 이달 26~29일까지 서울 더줌아트센터에서 ‘창작트랙 180°’ 프로젝트의 일환인 ‘파빌리온 72’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해 프로젝트 예술가로 선정된 카입(Kayip·이우준)이 연출한다.
‘창작트랙 180°’는 국립극단이 2024년부터 추진해 온 공연예술 연구개발 사업이다. 선정된 예술가가 약 180일 동안 창작 과정을 탐구하며 새로운 연극 언어와 공연 미학을 실험한다.
‘파빌리온 72’의 가장 큰 특징은 72시간이라는 파격적인 러닝타임이다. 공연은 3일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극장 안에서는 수백 개의 소리와 진동, 몸짓, 안무, 연기가 층위처럼 겹치며 흘러간다. 동시에 관객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머무르면서 공연을 경험한다. 입장과 퇴장은 물론 대화나 휴식도 제한하지 않는다.
카입은 “72시간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생존의 임계점이자, 자극이 차단될 때 기존 인지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라며 “이 시간 동안 극장의 통제는 실패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과 피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어긋남 속에서 극장이 가진 관성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입은 공연과 영화, 전시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작곡가이자 사운드 디자이너다. 그는 영국 버밍엄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왕립음악대학 석사 과정에서 현대음악 작곡을 공부했다. 취미로 음악을 하던 대학 시절에 영화 ‘공공의 적’(2002)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후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을 해왔다. 이번 공연에는 김상훈 연출가, 백종관 영화감독, 오로민경 사운드아티스트, 황수현 안무가가 협력 예술가로 참여한다.
공연은 국립극단 홈페이지 사전 신청이나 현장 접수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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