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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반도체용 케미컬·가스 운반선 2척씩 고립…공급망 쇼크 커진다

[‘K 주력산업’ 생산 비상등]

원유·정제유서 핵심원료·車까지

호르무즈해협 내측에 26척 발묶여

39% 뛴 對중동 수출실적도 꺾일판

수정 2026-03-17 18:28

입력 2026-03-17 16:52

지면 7면
한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페르시아만 내에 고립된 우리나라 선박에 원유 운송선뿐 아니라 정제유와 가스·케미컬 운반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원유보다 정제유 부족이 더 즉각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해협 내측에 대기하고 있는 우리나라 운송선 26척 가운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비롯한 일반 원유선은 9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정제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석유제품 운반선은 6척,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 운반선은 2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화학 원료, 액체 화학제를 싣는 케미컬 운반선과 황을 비롯한 비료 원료를 싣는 산적 화물선, 일반 화물선이 각 2척씩 해상 대기 중이다. 케미컬 운반선에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각종 화학제품도 실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발전설비와 플랜트 구조물 등을 실어나르는 중량물 운반선과 자동차 운반선, 컨테이너선은 각 1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총 26척의 선박에 한국인 146명이 승선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선적 화물과 위치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선종별 고립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종에 따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기 다른데 특히 항공유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라 관련 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크다”며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황이나 헬륨까지도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경우 공급망 전반에 마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헬륨의 경우 지난해 수입액(2억 2690만 달러)의 64%(1억 4684만 달러)를 카타르에서 수입할 정도로 중동 의존도가 높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헬륨 원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헬륨 재활용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동 수출입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중동 수출금액은 2020년 146.8억 달러에서 2025년 204.4억 달러로 39.3%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등 주요 4개국의 비중은 54.2%에서 58.8%로 확대됐다.

지난해 이들 4개국에 대한 1위 수출품목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 △UAE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카타르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쿠웨이트 전기기기였다. 하지만 이를 실어나를 자동차 운반선과 중량물 운반선의 운항 중단이 장기화되자 일각에서는 대중동 수출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UAE ‘스타게이트’ 등 초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좌초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현대자동차는 물론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K뷰티·K푸드 등 소비재 시장의 침체에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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