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수수료 악용해 1만여회 반복 출금...대법원 “사기”
수정 2026-03-18 08:45
입력 2026-03-18 08:45
현금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반복적으로 현금을 인출해 은행이 수수료를 지급하게 했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 등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라도 그 결과로 사람이 착오에 빠져 돈을 넘겼다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3명에게 400만∼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안마시술소나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던 A 씨 등은 2018년 카카오뱅크의 ATM 이용 수수료 면제 정책과 지급 구조를 악용해 수수료 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카카오뱅크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체크카드 발급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며 ATM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부가통신사업자(VAN) B사에 직접 수수료를 지급했다. 현금 출금 수수료는 1회당 1020원, 계좌이체는 1회당 850원이었다.
A 씨 등은 업소 내 ATM 활용 거래 시 B사로부터 수수료 400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2018년 5∼6월 수수료 이익을 취하고자 업소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고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로 8000여∼1만 여회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가 B사에 800만~100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재산변동에 관한 사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해 기계적·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 등과 같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수반되지 않으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사기죄의 기망행위는 직접 사람을 속이는 경우뿐 아니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린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로 인해 정보처리의 결과를 통해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런 법리에 따라 A 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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