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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포커스]K방산 천무, 노르웨이 궁니르가 되다

■서민정 주노르웨이대사

입력 2026-03-23 05:00

지면 29면
서민정 주노르웨이대사. 외교부
서민정 주노르웨이대사. 외교부

노르웨이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전쟁 당시 소중한 인연이 있는 우방국이다. 노르웨이는 623명의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파견해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NORMASH)을 열고 9만여 명의 부상병과 민간인을 치료했다. 이같이 숭고한 인연은 1959년 수교로 이어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양국은 조선·해양, 수산 등을 중심으로 돈독한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방산, 신재생에너지, 북극 등 협력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최북단에 위치한 노르웨이는 NATO의 눈이 되어 북극권 안보를 지켜왔다. 2024년 노르웨이 정부는 12년에 걸친 장기국방계획(2025~2036)을 마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만 2년이 넘어가던 시기, 2차 대전 이후 안보 지형이 최대의 위협에 처했다고 보고 포괄적 수준의 국방력 강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른 육군 현대화·전력 보강방안 중의 하나가 장거리정밀타격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노르웨이 정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형 다연장미사일체계인 천무(K-239) 도입을 결정한 배경이다. 올해 1월 말 오슬로에서 노르웨이국방물자청(NDMA)과 한화가 체결한 천무 계약(약 1조 3000억 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나토 회원국 간 방산 협력 결속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우리 업체와 정부의 민관 합동 노력이 거둔 커다란 성과다.

수주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께 경쟁업체의 노르웨이 정부·정계 등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교섭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리 정부의 협력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긴요했던 10월 말 강훈식 전략경제협력 대통령특사가 노르웨이를 전격 방문했다. 이어 11월 말 오슬로에서 한-노르웨이 국방장관 회담, 12월 중순 서울에서 한-노르웨이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졌다. 12월 말 국방부의 장거리정밀타격시스템 예산안이 노르웨이 의회로 제출되었을 때 마침 오슬로를 찾은 우리 국회 대표단도 의회와의 소통에 기여했다.

이번 천무 계약은 한국전 이래 75년간 쌓아온 양국 간 우정과 신뢰가 시대를 넘어 첨단방산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또 미국(전투기), 독일(주력전차·잠수함), 영국(호위함) 등 나토 주요회원국들과의 전략적 방산 협력을 추진해온 노르웨이가 우리 업체로부터 육군 역사상 최대규모의 자산을 일괄 구매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17년 K9자주포에 이은 천무 수주는 한국이 미국·독일 등 주요국들과 함께 노르웨이 방위안보 핵심파트너국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의 값진 성과를 토대로 양국은 상호호혜적이며 보완적으로 방산협력을 발전시키면서 제반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천무는 바이킹 단어인 ‘궁니르(Gungnir)’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궁니르는 북유럽신화 최고의 신인 오딘이 사용하는, 한번 던지면 절대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는 마법의 창으로 권위와 정밀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화가 2029년까지 천무를 훌륭하게 납품해 노르웨이와 북극권에서의 안보와 안정적인 미래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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