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위기 때 절실한 납품대금연동제
박우인 테크성장부 기자
수정 2026-03-24 22:09
입력 2026-03-24 18:21
“업계를 중심으로 현장 애로 등 상황을 파악한 후 납품대금연동제 직권조사를 포함한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납품대금연동제 직권조사 시행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답변이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락할 경우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사전에 합의한 비율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도록 한 제도다. 이번 중동 사태처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정부는 연동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직권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직권조사 추진 속도는 긴박한 현장 상황과 달리 답답하게 느껴진다. 중기부는 이미 14일 ‘제2차 중동 상황 중소기업·소상공인 영향 점검 회의’에서 중소기업의 관련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바 있다. 또다시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 숨 넘어가는 중소기업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대기업의 거래선 변경 등 산업 생태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에너지 공급 위기가 전례 없는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한 플라스틱업계 관계자는 “이번 달 들어 유가 급등으로 석유화학 기초소재 가격이 톤당 20만 원 급등했다”며 “일부에서는 40만 원까지 올랐다는 얘기가 있어 업계 전반에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고 털어놓았다.
연동제 직권조사는 이 같은 특수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책 수단이다. 특히 거래선 변경 등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조정을 대기업에 스스로 요구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직권조사 시행은 정부의 정책 집행 의지와 방향성을 시장에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작지 않다. 아무리 정교하게 잘 설계된 제도라도 정책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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