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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보다 문해력이 먼저다

신서희 사회부 기자

입력 2026-03-25 18:09

지면 34면

“어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수능 문제를 가장 잘 풀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입시 업체 대표는 AI의 문제 풀이 실력이 웬만한 상위권 수험생보다 뛰어나다며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이달 24일 이 업체는 다양한 AI 모델에 수험생과 같은 문제를 풀게 한 뒤 정답 개수를 비교하기도 했다. 수만 명의 수험생이 미래를 걸고 치르는 시험지가 기계에는 알고리즘 성능을 겨루는 실험지로 쓰이는 셈이다.

문제는 AI가 긴 지문을 빠르게 읽고 정답을 찾아내는 등 실력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는 반면 학생들은 긴 지문을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진학사가 고등학생 3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6%가 “긴 글을 10분 이상 집중해 읽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AI·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별도로 진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문해력 향상에 애쓰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AI 도구를 다뤄 결과를 만들어내는 응용 기술에 가깝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읽기 능력이 흔들리는 교실에 도구 활용 지표부터 들이밀 경우 문해력 향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같은 진단을 교육 당국이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AI·디지털 리터러시가 점수로 환산되는 순간 학부모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시 학원으로 향할 것”이라며 “결국 ‘AI 대비반’ 같은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문제를 놓고 골똘히 생각하는 과정은 교육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빠른 정답 찾기에 최적화된 AI를 충분한 검토 없이 교육 현장에 속도전 형태로 도입할 경우 학생들의 문해력은 물론 사고력 또한 정체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본질은 그 답이 왜 맞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데 있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결정한 것 또한 이 같은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학생들은 AI 활용법에 앞서 기계가 내놓은 결과가 타당한지 가려낼 읽기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학생들은 물론 관료들 역시 생각하는 과정을 AI에 지나치게 의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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