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게’·‘멍부’…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
100여년전 독일 장군의 리더 분류법
‘멍부’가 지휘한 부대는 언제나 궤멸
野 지도부 무능, 이대론 보수 참패 불러
우리 스스로도 ‘리더의 조건’ 되물어야
수정 2026-03-26 23:50
입력 2026-03-26 18:12
“오직 공세만이 승리를 가져다줍니다.”
1차 세계대전이 치열했던 1917년 4월, 프랑스군 총사령관 로베르 니벨은 이런 말로 총리를 설득해 유명한 ‘니벨 공세’를 감행한다. 48시간 내에 독일군 전선을 돌파한다는 작전이었다. 4월 9일 새벽 벨기에·프랑스 국경 인근 아라스에서 영국군의 공세로 작전은 시작됐다.
하지만 연합군 계획이 이미 일부 노출돼 독일군은 쏟아지는 포탄을 참호에서 버틴 후 반격에 나선다. 이틀이면 끝난다는 작전은 두 달간 이어졌고 무의미한 돌격에 집단 항명까지 발생했다. 모든 공세가 끝난 것은 5월 9일. 프랑스군 18만 7000여 명이 사망한 후였다. (권성욱, 별들의 흑역사)
우리는 ‘똑게’ 혹은 ‘멍부’ 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회사 생활을 해왔다. 그저 선배 직장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했던 그 리더의 분류법이 실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장교였던 쿠르트 폰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가 정리해 장병들에게 강조한 이야기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위키백과는 그가 남긴 말을 이렇게 전한다.
“나는 휘하의 장교들을 네 분류로 나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장교들은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장교들은 군대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업무에 적합하다. 똑똑하고 게으른 장교는 지휘관의 역할에 적합하다. 이들은 어려운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지적인 명료함과 평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어떠한 직책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언제나 조직에 해악만 끼친다.”
100여 년 전 무모했던 프랑스 장군의 참패와 그 무렵 독일 장군의 혜안 넘치는 리더 평가법을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2026년 봄에 씁쓸한 마음으로 소개했다.
굳이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국내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것만큼은 분명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의 분류법 안에 넣어보자. 이제는 피고인이 된 그는 어떤 리더(?) 였을까. 재임 기간 과도한 음주로 관저에서 대통령실로 빈차를 출근시킨 웃지 못할 일화에 비춰보면 ‘멍게’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만약 쭉 그랬다면 5년의 임기는 채우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느닷없이 부지런을 떨며 계엄을 일으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멍부’로 가는 길을 택했다. 이쯤되면 “멍부에게는 어떤 직책도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의 말은 명언인 셈이다.
지능 있는 동물에게는 ‘학습효과’가 있어 예전의 실수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드물게 예외도 있는 모양이다. 정당 지지율이 20% 언저리까지 떨어진 야당 지도부를 보면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는 지각 있는 사람 누가 봐도 ‘멍부’의 전형이다.
여당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행정부에서도 제1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모습인데 국민 대다수도 “그럴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 자명해 보이나 전략적 변화를 시도해 볼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소위 ‘아스팔트 보수’에 전권을 내어준 듯한 그의 부지런함은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앞서 전한 ‘니벨 공세’에서 보았듯이 세계 전쟁사에서 ‘멍부’가 지휘했던 군대는 한결같이 ‘초토화’ 또는 ‘궤멸’ 됐다는 점이다. 자신의 안위만이 우선순위였거나 주변의 고언을 듣지 않고 그릇된 판단을 한 장군들은 어김없이 휘하의 장병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많은 이들이 6·3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 진영은 궤멸 수준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건강한 견제도, 합리적인 비판도 기대할 수 없는 존재감 없는 야당을 비웃는 집권 여당의 독주는 과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울해했다.
태평양 건너 ‘멍부’가 일으킨 중동전쟁으로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유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며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가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마저 실종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수많은 리더들에게, 이제 막 전쟁터 같은 사회에 발을 내디딘 후배들이 묻는다. “똑게’ ‘멍부’, 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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