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몰린 분쟁…재판은 늦어지고 비용은 커졌다
[화해 사라진 소송공화국]
<하·끝> 쉬워진 소송, 늘어난 부담
민사소송 급증에 재판 지연 심화
1심 확정까지 395일…4년새 108일↑
인지대 수입 3000억대…25% 급증
법관 정원 10년간 3200명대 동결
사회적 비용 눈덩이…“대책 시급”
수정 2026-03-27 23:42
입력 2026-03-27 17:56
협상이나 화해가 아닌 재판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일이 늘면서 재판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민사 1심 합의부 사건의 경우 최근 4년 새 확정판결까지 걸리는 기간이 100일 넘게 늘었다. 법관 수 부족 문제에 더해 분쟁 해결을 법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국제 사법 시민단체 세계정의프로젝트(WJP)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민사재판 신속성 순위는 0.73점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2020년 0.80점으로 2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5위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7위로 내려앉았다.
국내 재판 처리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민사 1심 합의부 사건의 확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2020년 286.9일에서 2024년 394.9일로 108일 늘었다. 2심인 고등법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24년 기준 10.5개월로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민사 사건 처리 기간도 동일인 반복 소송을 포함할 경우 2023년 7.9개월에서 지난해 12.6개월로 늘었다.
재판 지연은 법관 부족 문제와 맞물려 소송으로 가지 않아도 될 사건까지 법원으로 몰리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민사 1심 접수 건수는 2022년 74만 건에서 지난해 80만 건으로 증가했다.
민사소송이 늘면서 법원이 거둬들인 인지대 수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지대는 소송을 제기할 때 내는 일종의 수수료다. 27일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법원의 민사소송 인지대 수입은 3465억 원으로 전년보다 9.1% 늘었다. 전체 인지대 수입 가운데 민사소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91.7%에 달했다. 민사소송 인지대 수입은 2023년 이후 2년 연속 3000억 원대를 기록했으며, 2022년 2756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709억 원(25.7%) 증가했다.
인지대 수입 증가는 민사소송 건수 증가의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사건이 쏟아지면서 법원의 수입은 늘고 있지만 정작 재판은 더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관 총정원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3214명으로 사실상 동결돼 있었다.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는 3584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재판 실무현황 및 법관 근무 여건에 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현직 법관 설문조사에서 대법관, 각급 법원 판사, 재판연구관 등을 포함한 적정 법관 증원 규모로 600명 수준이 가장 많이 꼽혔다. 과도한 업무량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최대 1000명 증원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황용 법무법인 상림 대표변호사는 “사건은 늘어나는데 사법부 인력은 크게 늘지 않아 소송 장기화가 심해지고 있고, 확정판결까지 오래 걸리면서 당사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소송 장기화는 경제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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