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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수십억 버는 그들도… 대형 PEF 파트너 연쇄 이동 뒤 고달픈 속사정

①글로벌 PEF의 냉혹한 세계… 성과 없으면 자리도 없다

②토종 PEF도 진통… 조직·보상 불만, 회사 매각 등 이유도 제각각

③화려함의 역설… “수백억 보너스는 상위 5%만의 이야기”

수정 2026-03-29 21:20

입력 2026-03-29 07:00

서울 여의도의 화려한 밤거리.  서울경제DB
서울 여의도의 화려한 밤거리. 서울경제DB

수조 원의 자금을 굴리며 자본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하는 대형 바이아웃 펀드 운용사들이 거센 인력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펀드의 간판이자 핵심 의사결정권자인 파트너급 인사들이 줄줄이 교체되는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요.

수십억 원의 연봉과 수백억 원의 성과보수를 챙기는 화려한 스타 매니저들의 세계 이면에는, 냉혹한 실적 평가와 내부 파워 게임이라는 고달픈 속사정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과 토종을 가리지 않고 불어닥친 대형 PEF 운용사 파트너급 임원들의 연쇄 이동을 통해 이들의 생존 경쟁과 사모펀드 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①글로벌 PEF의 냉혹한 세계… 성과 없으면 자리도 없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한국 사무소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인사 칼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성과주의가 철저한 만큼, 투자 실패나 거래 무산에 대한 책임도 파트너가 직접 져야 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에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베팅하기로 하고 롯데그룹과 계약도 체결했는데요. 그러나 공정위는 SK렌터카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까지 품을 시 렌터카 시장에서 너무 큰 영향력을 쥘 것으로 우려하면서 기업 결합 승인을 불허했습니다. 어피니티는 이로 인해 운용중인 펀드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고, 결국 이 거래를 주도했던 민병철 어피니티 한국 대표는 직접 책임을 지고 사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유럽계 EQT에서도 최근 한국 대표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EQT 한국 사무소에서 인프라 부문을 이끌었던 서상준 대표는 국내 폐기물 처리 환경 기업 KJ환경을 1조 원 이상에 인수하고 지난해까지 비슷한 산업군내 군소 업체들을 잇따라 추가 인수하는 볼트온 투자를 주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2023년에는 SK그룹 산하 보안 회사 SK쉴더스 경영권을 약 2조 원 이상을 투입해 인수했죠. 그러나 이렇게 큰 돈을 투입한 두 회사의 경영 실적이 다소 악화하면서 서 대표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졌습니다.

미국계 PEF인 칼라일의 함석진 한국 사무소 부대표도 최근 회사를 떠났는데요. 그는 CJ그룹으로부터 2021년 투썸플레이스 경영권을 인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임원입니다. 그를 대신해 칼라일 한국 사무소에는 정익수 전 어피니티 대표가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EQT를 떠난 서 대표는 또다른 글로벌 운용사이자 자신의 전 직장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②토종 PEF도 진통… 조직·보상 불만, 회사 매각 등 이유도 제각각

국내 대형 PEF들도 파트너들의 잇따른 이탈로 거센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보상이나 운영 체계에 대한 불만부터 세대교체와 경영권 매각까지 그 이유도 다양합니다.

2024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며 한국 재계에 거센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까지 겪으며 파트너급 인사들이 상당폭 재편됐습니다. 회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태현 대표가 지난해 짐을 싼 데 이어, 차기 리더십으로 꼽히던 이진하 부사장마저 최근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 부사장은 이정우 전 베인캐피털 한국 대표와 고도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하며 독립했습니다. 이들의 빈 자리는 최연석 전무가 파트너로 승진해 채우게 되면서 MBK 내에서도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됐다는 평가입니다.

한앤컴퍼니에서 굵직한 딜을 주도했던 배민규 부사장도 최근 회사를 떠났습니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톱티어급 운용사이지만 핵심 운용역들에게 회사 지분을 나눠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배 부사장은 이런 지점을 극복하고자 다른 곳으로 적을 옮기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한 글로벌 PEF 운용사의 한국 공동대표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토종 대형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도용환 회장은 최근 아예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고 퇴진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으며 위협을 받자 차라리 자신이 키운 후배들에게 세대교체의 길을 열며 회사를 판 것입니다. 이 밖에 JKL파트너스에서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던 최원진 부대표의 퇴사 소식과, UCK파트너스가 타사로 이직을 결정한 매니저에게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었던 사실 등이 최근 이 업계에서 적잖은 후문을 남겼습니다.

서울 테헤란로 일대. 연합뉴스
서울 테헤란로 일대. 연합뉴스

③화려함의 역설… “수백억 보너스는 상위 5%만의 이야기”

업계 핵심 인사들의 연쇄 이동은 사모펀드 시장의 양극화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대형 바이아웃 펀드의 매니저들은 기본 샐러리만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받고, 투자 기업 매각 성공 시 수백억 원의 성과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업계의 극히 일부인 상위 5% 이내의 매니저들에게만 허락된 화려함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현재 국내 PEF 운용사 협의회에 등록된 정식 GP(업무집행사원) 운용사 숫자는 100여 개에 달합니다. 각 운용사의 평균 인력을 20명으로만 잡아도 이 분야 종사자는 2000명이 넘습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 중 매년 수십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진짜 스타 펀드매니저는 전체의 5% 안팎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파트너들의 연쇄 이동은 상위 5%의 자리를 지키거나 꿰차기 위한 그들만의 고달픈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백억 원의 돈잔치 뒤에는 딜 하나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임하는 파트너들의 피 말리는 생존 게임이 숨어 있습니다. 매니저들의 이력서가 자주 업데이트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나 조직 내 이해관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압박을 받았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죠.

수조 원을 굴리는 그들의 생존법을 전하는 기자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춥지만, 독자 여러분의 통찰력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유료 콘텐츠 못지않은 ‘쓰리포인트’ 기사를 읽는데는 돈 안 내셔도 됩니다. 다만 여러분의 ‘구독’이라는 비용 지불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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