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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공기업에 맞는 ‘3%룰’ 고민을

한동훈 경제부 차장

입력 2026-03-29 18:53

지면 29면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을 무시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됩니다.”

올 7월부터 시행 예정인 ‘합산 3%룰’을 두고 상장 공기업 및 학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기존에는 상장사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최대 3%로 제한했는데 올 7월부터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도 합산 3%로 제한한다. 이는 대주주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앉혀 내부 감시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이 문제가 되는 민간 기업에 더 강력한 견제 장치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시선을 상장 공기업으로 돌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면서 주식 시장에 상장된 특수한 형태의 기업들에 민간 사기업과 똑같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마냥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상장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사기업과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체계가 다르다. 오너의 독단적인 인사권을 우려해야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임원추천위원회라는 제도적 여과 장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감사위원을 선출하기 전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후보자의 적격성과 직무 수행 능력, 공정성 등을 다각도로 철저히 검증한다. 대주주가 자의적으로 ‘거수기 감사’를 심을 수 있는 구조적 틈새가 민간에 비해 현저히 좁거나 차단돼 있다는 뜻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미 임원추천위원회라는 공적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상장 공기업에까지 3%룰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생각”이라며 “이는 동일한 질병이 아님에도 같은 처방전을 일괄적으로 발급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획일적 규제가 낳을 수 있는 역효과다. 공공적 목적을 띠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할 공기업이 대주주 의결권이 묶인 틈을 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나 헤지펀드의 입김에 과도하게 휘둘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상장 공기업의 대주주인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각종 공과금을 동결할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소액주주들이 기업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면 원가 기반의 요금 인상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물론 상장 공기업이라 할지라도 자본시장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시장의 감시와 투명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사기업과 동일한 ‘기계적 비율’ 규제여야 할 이유는 없다. 임원추천위원회 등 기존의 공적 통제장치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되 3%룰 적용에 대해서는 유연한 예외 규정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제도는 그 대상의 특성에 맞게 뿌리내릴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한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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