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채권·원화도 추락…도피처가 없다
코스피 한달새 18% 떨어졌는데
인플레·금리 압박에 채권 급락
‘안전자산’ 금도 하락세 이어져
환율마저 치솟아 현금 무력화
중동 사태 장기화로 코스피지수가 한 달 새 폭락하며 5000선까지 주저앉은 가운데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채권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다. 자산시장 급락을 피해 현금 확보에 나섰더라도 환율 급등에 원화 가치마저 떨어지며 사실상 투자자들의 피난처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3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최근 한 달간 국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상위 10위 내 6개 상품이 1.94~3.31%의 손실을 봤다. 수익을 낸 4개 상품 수익률은 0.05~0.20%로 미미했다. 특히 만기(듀레이션)가 길어 금리 변동에 가장 취약한 30년물 장기채의 타격이 컸다. 한 달간 채권 ETF 중 가장 수익률이 나빴던 상품은 ‘RISE 국채30년레버리지(합성)’로 이 기간 13.48% 급락했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역시 9.17% 내렸다. 주식과 채권을 섞어 위험을 분산하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도 무용지물이다. 채권 혼합 ETF 순자산 1위인 ‘KODEX 200미국채혼합’은 1개월 새 6% 하락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며 방어막 역할을 해주던 채권의 배신이 뼈아프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공포가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손꼽히던 금 역시 힘을 잃었다. 국내 금 가격은 2월 27일 g당 23만 9300원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22만 4970원으로 6% 가까이 하락했다. 중동 사태에 앞서 누적된 가격 급등 피로감에 고금리 장기화와 강달러 현상이 맞물리며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증권가에서는 4월 중 지정학적 갈등을 완화할 출구전략이나 거시경제 지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한 주식·채권·금 동반 하락이라는 전방위 자산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M증권은 보고서에서 “전쟁 양상의 변화로 중물가 및 고금리 압박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자산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변동에 관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남긴 점은 위안거리다. 그는 하버드대 초청 강의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며 “(전쟁의) 경제적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30일(현지 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7.7bp(bp=0.01%포인트) 내린 4.352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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