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장서 ‘바이 더 딥’ 유효할까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수정 2026-04-03 22:13
입력 2026-04-01 18:02
변동성이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3월 들어서만 6거래일 연속으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교차 발동됐고, 코스피가 단 이틀 만에 10%를 오르내리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처럼 불안한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는 ‘바이더딥(Buy the dip·저점 매수)’ 전략을 떠올린다. 현금을 쥐고 관망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주가가 폭락했을 때 비축해둔 자금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방식이다. 최고점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수한다는 논리는 매력적이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데이터 과학자 닉 매기울리의 저서 <저스트 킵 바잉>에 따르면,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언뜻 생각한 것과 달랐다. 저점을 정확히 맞힌 경우에도 저점 매수가 적립식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낸 비율은 약 30%에 그쳤다.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했던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 ‘파멸적 붕괴’의 순간뿐이었다. 만약 저점을 잡으려다 단 두 달만 놓쳐도, 저점 매수가 적립식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확률은 30%에서 3%로 급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 때문이다. 저점을 기다리며 현금을 들고 관망하는 시간은 곧 기회비용 손실이다. 기다리는 동안 시장이 상승해버리면 투자자는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그 사이 놓쳐버린 배당 수익과 화폐 가치 하락은 오롯이 투자자가 부담해야할 몫으로 남는다. 반면 적립식 투자자는 시장에 머물며 재투자 효과를 누린다. 결국 ‘잃어버린 시간’이 성과에 더 치명적인 것이다.
심리적 장벽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이론상 저점 매수는 매력적이지만, 막상 극한의 폭락장에서 공포를 이겨내고 거액을 투입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추격 매수를 하고 싶고, 내리면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아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저점은 대개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사후적인 확신일 뿐이며, 바닥을 확인하려다 결국 물량만 뺏기는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투자의 원칙은 무너지고, 결국 시장에서 상처를 입고 도망치듯 떠나게 된다.
따라서 투자의 성패는 개인의 일시적인 의지나 감정적 결단이 아닌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월급통장 외에 별도의 소비통장을 만드는 식으로 소비를 통제해야 하듯이, 투자 역시 기계적인 장치를 통해 시장의 소음으로부터 나의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자동매수 기능을 갖춘 상장지수펀드(ETF)나 적립식 펀드는 감정의 개입 없이 자산을 꾸준히 모아갈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계좌에서 장기간 실행할 때 복리 효과와 세금 이연 효과와 맞물려 효과가 극대화된다. 매일 물결치는 시장에서 진정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비결은 ‘완벽한 타이밍’을 재는 것보다, 단순하지만 시장성 있는 자산을 소유한다는 ‘전략적 인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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