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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비행기서 “의사 계시나요” 다급한 외침…韓의사 7명 달려와 ‘심정지’ 외국인 살려냈다

학회 가던 가정의학과 의사 7명, 응급처치 끝에 생명 구해

입력 2026-04-03 03:00

마닐라행 비행기서 의식을 잃은 환자를 기내 탑승 중이던 가정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구조했다. 이들은 응급 처치 후 공항 도착까지 3시간 넘게 환자 곁을 지켰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마닐라행 비행기서 의식을 잃은 환자를 기내 탑승 중이던 가정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구조했다. 이들은 응급 처치 후 공항 도착까지 3시간 넘게 환자 곁을 지켰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비행기 안에서 심정지가 온 외국인 여성이 기내에 탑승 중이던 한국 의사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연은 당시 현장에 있던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하면서 공개됐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에서 마닐라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한 중년 외국인 여성이 기내에서 쓰러지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기내에는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를 비롯해 세계가정의학회(WONCA)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이던 가정의학과 의사 7명이 함께 탑승해 있었다.

이륙 직후 기내에서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도와달라”는 긴급한 ‘닥터콜’(기내 의료진 호출)이 울렸고, 김철민 이사장이 즉시 벌떡 일어나 환자에게 달려갔다. 김 교수는 “환자 쪽으로 가보니, 안색이 창백한 한 필리핀 국적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고 승무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응급 처치에 나섰다.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삽관을 시도했지만 환자의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후두경으로는 삽관이 어려웠다. 마침 기내에 비치된 후두마스크(LMA)를 활용해 삽관 없이 기도를 확보했다. 이어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을 이용해 인공호흡을 시행하고, 청진기로 호흡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김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고 일단 앰부백을 짜 강제로 인공호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수축기 혈압이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곧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한쪽 손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 증상을 토대로 우측 뇌경색 가능성도 의심했지만, 제한된 기내 환경에서 정확한 진단은 어려웠다.

마닐라행 비행기서 의식을 잃은 환자를 기내 탑승 중이던 가정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구조했다. 이들은 응급 처치 후 공항 도착까지 3시간 넘게 환자 곁을 지켰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마닐라행 비행기서 의식을 잃은 환자를 기내 탑승 중이던 가정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구조했다. 이들은 응급 처치 후 공항 도착까지 3시간 넘게 환자 곁을 지켰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그러던 중 환자의 상태는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다. 희미했던 환자의 호흡이 점차 돌아왔고, 창백했던 안색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떨어졌던 혈압 역시 정상 범위로 회복하면서 환자는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며 반응할 정도로 의식을 되찾았다.

7명의 의사는 비행기가 마닐라에 도착할 때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교대로 환자 곁을 지키며 상태를 살폈다. 항공기가 착륙하자마자 환자는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됐고, 승무원들은 끝까지 치료를 이어간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비행기를 타면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의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특히 마침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경우에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더 드문 경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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