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괴롭힘 신고했더니, 가해자 보고 조사하래요”…노동부 ‘셀프 조사’ 지침에 피해자 ‘이중 고통’
직장갑질119 “가해자 셀프조사에 피해자는 고통 가중”
입력 2026-04-03 14:50
고용노동부가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이른바 ‘음료 3잔 횡령’ 사건과 관련해 수개월 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가해자로 지목된 점주에게 자체 조사하도록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가해자인 점주가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는 ‘셀프 조사’ 관행이 만연하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다.
2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용자가 사건 조사를 직접 수행하거나 조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사례가 소규모 사업장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조사에 참여하거나 조사위원회 구성에 개입하는 방식이 많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외부 노무법인이나 법무법인에 조사를 맡기더라도 기존 계약 관계나 친분이 있는 업체가 선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담 사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해 2월 상담을 요청한 A씨는 “대표이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조사하게 했다”며 “회사에서 돈을 받고 업무를 하는 업체가 조사를 하면 당연히 사측에 유리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상담한 B씨 역시 “가해자가 대표이사의 가족인데도 담당 감독관은 사내 조사를 명했다“며 ”사측은 가해자와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2차 가해에도 가담한 정황이 있는 직원들을 조사위원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 역시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1년 고용노동부 지침은 가해자가 사용자나 그 친인척일 경우 사업장 자체 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사용자라도 자체 조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사용자에게 객관적인 조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지침 변경이 ‘셀프 조사’를 구조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잘못된 지침, 그리고 가해자 셀프 조사에 의존하는 근로감독관들의 안일하고 게으른 행태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충북 청주의 프랜차이즈 카페 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 등에 따르면 해당 카페에서 근무했던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1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하지만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업주 측의 자체 조사로 진행됐다.
이후 A씨가 퇴근하며 음료 3잔(약 1만2800원 상당)을 가져간 사실이 알려지고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사건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됐다. 해당 카페 점주는 2일 변호사를 통해 청주청원경찰서에 A씨에 대한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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