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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중고’ 속 반도체 파업 신중해야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삼성전자, 성과급 구조 두고 갈등

경쟁국에 추월 기회 빌미 될수도

결국 사회 전체에 부담…해법 절실

수정 2026-04-06 05:00

입력 2026-04-06 05:00

지면 31면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 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쳐 한국 경제 전반에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까지 이어지며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축이며 생산 차질은 수출과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파급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대략 4분의 1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생산 차질로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GDP는 약 0.8% 하락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정을 단순화한 계산이지만 충격의 규모를 가늠하는 데는 의미가 있다.

생산이 멈추는 순간 손실은 기업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전체로 흘러간다.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한 번의 중단도 수일간의 복구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며 그 충격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시기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유가·물가·환율이 동시에 불안한 ‘삼중고’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시기에 생산 차질을 수반하는 파업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정당한 보상 요구 역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기업의 보상 체계와 정부의 정책까지 포함해 노사 모두의 요구가 사회적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제기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성과급 구조를 둘러싼 삼성전자의 갈등은 그 요구의 수준과 협상 방식이 반도체 산업과 거시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함께 고려해 조율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타이밍 싸움이다. 반도체 산업은 특히 그렇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생산 중단과 투자 지연은 경쟁국에 추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미루게 되고 이는 미래 성장 동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고용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수천 개 협력 업체와 수십만 명의 고용이 연결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생산 차질은 협력사와 지역 경제로 빠르게 확산한다. 이는 노동시장 전반의 고용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 차질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국내 대표 기업의 주가 하락은 개인투자자 수백만 명의 자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비용이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구조인가. 후자라면 파업의 방식과 수준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 전체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노사 관계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성과의 보상 구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체제는 균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생산을 멈추는 방식의 대립이 아니라 생산을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

파업은 선택일 수 있지만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무너지지 않을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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