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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정책, 통합지원이 필요한 때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입력 2026-04-06 05:00

지면 29면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넘어섰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는 이미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만성적인 인력난을 고려하면 그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외국인력정책의 틀도 근본적으로 전환할 시점이다.

정책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첫째 외국 인력이 꼭 필요한 분야와 현장에 적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내국인 일자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며 더 많은 외국 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지나치게 많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 두 목소리는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주노동자의 규모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더 정교하고 균형 잡힌 정책 설계에 해답이 있다. 외국 인력이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국인과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한 권익보호 차원을 넘어 우리 노동시장의 신뢰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이주노동자가 위험한 일터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한 체류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 인력 전체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부처별·체류자격별로 제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어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 관계기관은 TF에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외국인력정책의 개선 방향을 논의해왔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형성한 공감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외국 인력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 결정과 수급설계가 필요하다. 전체 노동시장 관점에서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지 정교하게 분석하여 판단하고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비숙련 인력이 현장에서 숙련을 쌓아 준숙련·숙련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우수한 인력에는 장기체류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능인력 부문의 제도가 통합적·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셋째, 권익보호와 체류지원에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근무환경 개선, 산업안전, 취업지원, 교육훈련,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이 유기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이제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한다. 외국인력정책은 더 이상 일부 제도의 보완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필요한 곳에 인력이 적정하게 활용되도록 하고,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며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새로운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이 우리 노동시장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주춧돌이 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제도가 하나씩 정비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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