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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개발 마중물로…전국은 지금 ‘물길 복원’ 열풍

■도심 경제벨트로 재탄생

부산 동천 100년 프로젝트부터

울산 학성공원 복원까지 줄이어

기후 위기 대응·도시 열섬 완화

친수 넘어 융복합 도시공간 창출

수정 2026-04-05 23:34

입력 2026-04-05 16:29

지면 21면
2032년에 완성될 부산 동천 조감도. 사진제공=부산시
2032년에 완성될 부산 동천 조감도. 사진제공=부산시

과거 도로와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콘크리트로 덮였던 도심 하천들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청계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물길 복원은 최근 단순한 친수공간 조성을 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블루그린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와 민간 개발을 엮는 ‘도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부산, 울산 등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길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부산이다. 악취로 ‘똥천’이라 불리던 동천은 지하 담수를 활용하는 ‘백년의 귀환’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문화·산업이 어우러진 도심 경제 벨트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사업은 부산시민공원부터 부전역, 국제금융센터, 문현금융단지 등 6개 거점을 중심으로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부산시는 수변 문화공간, 야간 경관, 수상 레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제2의 청계천’이자 부산 도심의 새로운 관광·상권 중심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동천의 수질을 청계천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하루 약 3만 9000톤의 유지용수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 등에서 나오는 하루 약 3만 5000톤의 지하 담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상징적인 공간인 동천을 미래의 자산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생태와 도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6720억 원 규모의 ‘학성공원 물길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구 학성동 일대 12만 7250㎡ 부지에 학성공원을 한 바퀴 도는 1052m 길이의 순환 수로와 태화강으로 이어지는 322m 연결 수로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수로 폭은 10m, 수심은 1.8m로 설계해 향후 수상택시와 수상 관광 상품 운항까지 염두에 뒀다. 하루 3만 7000톤의 태화강 물을 끌어와 흐르게 하고, 집중호우 시에는 최대 14만 톤 규모의 저류지로 활용하도록 했다.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원도심 상권, 역사문화 자원과 물길을 하나의 ‘리버워크’로 엮어 도시의 얼굴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원 조달의 불확실성, 수로 형태가 과거 일본 왜성의 ‘해자’를 연상시킨다는 점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도시개발사업과 연계한 울산 대표 랜드마크 조성을 통해 문화·예술·생활공간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융복합형 새로운 도시공간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인천시가 굴포천 등 5대 도심 하천, 경기 용인시가 신원천과 율곡천, 서울 관악구가 봉천천, 경북 포항시가 양학천 등 전국 각지에서 생태하천 복원이 활발히 추진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복개하천을 다시 자연 상태에 가깝게 되돌린 성공 사례는 이미 곳곳에서 확인된다. 서울 청계천을 시작으로 성북천과 정릉천, 경기 수원천, 대구 신천, 광주 광주천, 전주 전주천·삼천, 부산 초량천, 포항 학산천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사업들이 수질 개선과 친수공간 확보, 도시 이미지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면, 최근 2~3년 사이 추진되는 물길 복원은 기후 위기 대응 인프라이자 도시경제 재편 수단이라는 성격이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길 복원 열풍이 지속 가능하려면 ‘복원 이후’를 전제로 한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천이 다시 오염되지 않도록 상시 유량과 수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공급 시스템, 장기적인 생태 모니터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심 하천 복원은 열섬 현상 완화, 탄소 흡수원 확충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자 도심 상권을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어느 정도 ‘볼거리’를 갖춘 하천을 넘어서, 도시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물길을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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