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금 우려에 다주택자 ‘데드라인’ 늦춰…전세 낀 1주택도 거래 허용
[5월9일 신청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
용산·동작 등 집값 상승세로 전환
매물 수는 지난달 정점 찍고 줄어
하루 500여건 허가 신청 폭주에
시간 여유 줘 다주택자 매물 유도
李 “수요 자극보다 공급확대 효과”
수정 2026-04-06 23:44
입력 2026-04-06 19:07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다주택자들에게 주택 매도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추가로 부여해 매물을 최대한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월 이후 상승률이 둔화되던 서울 집값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데다 매물 출회도 주춤해지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적용 기한을 사실상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전세 낀 1주택자의 매도를 허용한 것도 공급을 최대한 늘려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가 나온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월 들어 상승세가 둔화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오름 폭을 키우면서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의 약효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은 5주 연속 이어지던 하락세를 마감하고 0.04% 상승했다. 동작구도 2주간의 하락세를 마치고 0.04% 올랐다. 7주 이상 하락하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도 보합세에 가까워졌다. 서초구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은 -0.09%에서 -0.02%로, 송파구는 -0.07%에서 -0.01%로 낙폭이 줄었다.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매물 증가가 멈추고 매매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다주택자들에게 매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시한을 3~4주가량 늘려줬다. 당초 5월 9일 ‘잔금 완료’에서 ‘계약’을 거쳐 ‘토지거래허가 신청’으로 거듭 기한을 완화했다. 조건을 바꾸면서 중과 유예 시점이 사실상 한 달 연장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들어 아파트 가격이 다시 불안해진다는 지적에 정부가 매물 증가를 위해 양도세 유예 종료 기한을 또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가 폭증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8703건으로 2월(5194건)보다 67.5%나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5일까지 1622건의 토지거래허가가 신청됐는데 4일과 5일이 주말과 휴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500건 이상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된 셈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시한을 앞두고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한꺼번에 몰리며 심각한 행정 병목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중 미처리 건수만 4300건에 달한다. 노원구의 경우 666건이 쌓여 있을 정도로 일선 업무가 과중된 상태다.
이에 더해 시장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여 4월 말 신청분까지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자치구와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자치구에서는 업무 부담과 책임 소재 여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자치구마다 제각기 신청 데드라인을 다르게 공지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한 모양새다.
정부는 금지했던 1주택자의 전세 낀 주택 매도도 허용할 방침이다. 그동안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 세입자가 거주할 경우에만 무주택자가 이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1주택자로부터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 역시 “지금 상황은 수요를 자극하기보다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힘을 실었다. 투기 수요 자극에 대한 우려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적 실익이 더 크다는 셈법이다.
시장에서는 다시 매물이 늘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 5501건으로 지난달 21일 8만 80건까지 늘었다가 정체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의 전세 낀 주택 매도 허용은 매물 증가에 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일부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갭투자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부는 매물 관리가 더 중요했다고 본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내놓을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으로는 보유세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공시가격에서 세금을 부과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우선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언제든 올릴 수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과 맞물리면서 올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보유세가 상한까지 늘어나는 아파트가 속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세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세 부담 상한선을 현재 105~150%에서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내년부터 보유세가 올해보다 2~3배 뛰어오를 수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268개
-
490개
-
18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