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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악순환…구멍난 법이 키웠다” 뇌졸중 전문의 직격

8일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위한 토론회’ 개최

뇌졸중 골든타임 사수 위해 ‘응급실 뺑뺑이’ 해결 시급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근거 마련 위해 법 개정 촉

입력 2026-04-08 17:45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8일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8일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환자가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의 근본 원인이 응급의학과와 전문 진료과 사이의 소통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중증 응급 환자의 최종 진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8일 소병훈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2022년 7월 서울아산병원의 30대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뇌출혈 증상이 발생했으나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숨진 것을 계기로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문제는 보건의료계 가장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4년간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응급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끊이질 않아, 보다 근본적이면서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의 경우,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병원 전 단계부터 응급실,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달부터 광주광역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3곳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중증 환자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경증 환자 이송은 119구급대가 책임지는 게 핵심이다. 이 부이사장은 “광주·전남·전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초기라 섣불리 성과를 평가하기 이르다”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순 없다”고 잘라말했다. 지역별 의료자원이 천차만별인 만큼, 한 가지 모델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는 이유다. 광역상황실 근무인력 가운데 전문의가 1~2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근본적인 한계라고 봤다. 애시당초 필수 중증 응급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바이탈과’(생명과 직결된 진료과목)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데, 상황실에서 1~2명의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후속 조치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이 부이사장은 현행 응급의료 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조목조목 짚었다. 현행 응급의료법에는 응급실 전담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에 관한 필수 규정이 있을 뿐, 배후 진료과에 대해서는 ‘둘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되어있다. 병원 입장에선 가뜩이나 부족한 바이탈과 전문의를 응급실에 배치해야 할 의무가 없는 셈이다. 이 부이사장은 “필수 중증 응급질환을 감별하고 입원, 수술 등을 담당할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지 않으니 판단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신경과에선 충분히 진료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응급실 인력이 부족하거나 응급실 내 다른 환자가 너무 많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뇌졸중 환자를 받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리아지(응급환자 분류) 단계에서 뇌졸중 진단을 놓치거나 병원 내 당직 전문의가 없어서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 간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이사장은 응급실 내 신경계 전담의 도입에서 답을 찾았다. 응급실 뺑뺑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경과, 신경외과 등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해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권역응급의료센터만이라도 평일 낮시간대 상주할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계 전문의를 각각 1명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 개정도 필요하다. 복지부 뿐 아니라 국회가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그는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되지 않는다“며 “배후 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 내 중증응급환자의 근본적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진료’의 개념을 명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배후진료에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의 확보와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업무 범위에 배후진료를 명시했다.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와 신경과·심장내과 등 배후 진료과가 협력해 중증 응급 환자를 책임있게 돌보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취지다.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이 중앙읍금의료센터에 통보해야 하는 정보 항목과 절차, 응급의료기관 전용회선의 기준 및 운영방식 등을 규정한 응급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영진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현재 응급의료체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매우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촘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자 이송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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