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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추경’까지 쪽지 예산…국민 시선 두렵지 않나

수정 2026-04-09 00:03

입력 2026-04-09 00:03

지면 31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8일 ‘전쟁 추경’ 심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8일 ‘전쟁 추경’ 심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재정지출 낭비를 막아야 할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되레 예산 거품을 일으키며 역주행하고 있다. 최근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이란 전쟁에 대응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면서 정부안(26조 2000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증액한 것으로 전해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의원들이 각종 민원 사업을 ‘쪽지 예산’ 등의 형태로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증액 사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먹튀 논란을 빚었던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 예산을 정부안(25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운 475억 원으로 늘렸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민문화활동 지원 사업 예산을 285억 원 증액하고 프로스포츠 관람권 지원 사업(200억 원) 등을 끼워 넣었다. 하나같이 이란 전쟁 충격과의 관련성을 찾기 힘든 항목들이다.

쪽지 예산으로 의심되는 지역 사업 밀어 넣기 행태도 가지가지다. 보건복지위원회가 통과시킨 오송 국제 K뷰티아카데미 교육 설비 구축 사업(30억 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새로 끼워 넣은 전남 강진 빈집 리모델링 사업(8억 원) 및 강진·고흥 농촌용수 개발 사업(8억 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신규로 반영한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7억 원), 대구권 광역철도 예비 차량 추가 구매 지원 사업(140억 원)도 시급한 사안인지 소관 상임위들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상식과 동떨어진 추경 증액으로 혈세 낭비를 부채질하는 것은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적 이익만 좇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상임위 예비 심사대로 추경이 3조 원 이상 늘어나면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지킬 수 없다. 정부는 2022년 2월 당시 추경 증액 동의를 요구하는 여야 압박에 반대하며 버텼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례를 돌아보고 포퓰리즘 예산을 배격해야 한다. 여야도 상임위 단계에서 추가된 쪽지 예산들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심사에서 과감히 삭감해 ‘전쟁 추경’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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