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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가교’가 흔들린다... 수면 위로 떠오른 에너지 딜레마

[전환기 맞은 탈탄소]

<2> LNG 공급 충격

수정 2026-04-09 09:39

입력 2026-04-09 07:00

탈탄소는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의 속도로 진행돼야 하는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에너지 수급과 안보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번 사태가 던진 질문을 포함해 글로벌 탈탄소가 맞닥뜨린 현실과 그에 대한 고민을 연속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가 있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모습.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곳에 드론 공격을 가했고, 설비 17%가 파손됐다. 결국 카타르 측은 최장 5년 간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AFP연합뉴스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가 있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모습.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곳에 드론 공격을 가했고, 설비 17%가 파손됐다. 결국 카타르 측은 최장 5년 간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 시간) 극적인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한 달 넘게 이어지던 전쟁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은 이미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죠. 특히 석유뿐 만 아니라 특히 중동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타격을 받은 게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전기로 돌아간다는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 초입에서 맞은 가스 수급 위기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또 탈탄소 노정에 미칠 파급은 어떤 것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전력 수요 ‘팽창’ 지탱할 축 흔들려

이번 전쟁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LNG 공급 20%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앞으로 3년, 최장 5년까지 ‘불가항력’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생산이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불가항력 기간만큼 LNG 공급은 불안정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천연가스를 흔히 ‘브릿지(가교) 연료’라고 부르죠. 석탄(약 50~60%)이나 석유(약 80%)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으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메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LNG 수급 불안은 두 가지 포인트를 갖는데요. 먼저 전력 수요 ‘팽창’을 지탱할 중심 축 하나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영국 셸은 지난달 세계 LNG 수요가 2040년 연간 6억 5000만~7억 1000만톤(t)으로 지난해 대비 54~68%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만큼 LNG가 안정적인 발전원으로서 쓸모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재생에너지와 조합에서 LNG는 전력망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LNG 생산국, 즉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들이 LNG 생산을 더 늘리면 수급 불안이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이나 호주 최대 가동률로 LNG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생산을 늘릴만한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죠. 셰니에르, 벤처글로벌 같은 미국 LNG 기업들이 서둘러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연간 LNG 약 8000만톤을 공급했던 카타르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에너지와 미국 오일 메이저인 엑슨모빌이 걸프만 연안에 세운 초대형 LNG 플랜트 ‘골든 패스’가 지난달 말 본격 가동에 착수했습니다. 이곳은 1년에 LNG를 최대 1800만톤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란 드론 공격으로 본국 생산설비 17%가 파손된 상황에서 미국 생산 기지 중요성이 매우 커진 셈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타르 공백은 크게 느껴집니다.

인도 구자라트주 태양광 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구자라트주 태양광 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 전환 ‘완충 지대’도 위협

두 번째 포인트는 가스 부재로 인해 단기적으로 석탄 발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2차 오일쇼크를 겪은 후 세계 각국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던 것처럼, 이번 전쟁 역시 대체 에너지 확보 노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대체에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초기 투자가 많이 들고, 국가 지원이 필요하며, 설비 확장에 대한 금융 지원도 필수입니다.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고금리 시절 태양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일이 있었고요. <관련 연재 기사: 태양광, ‘홀로 서기’ 기로에 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흥국의 연간 청정 에너지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매년 1조 달러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 설비가 ‘좌초 자산’이 되는 것도 큰 비용이 되겠죠. 신흥국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만다 다트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연구 공동 책임자는 “중동산 LNG 외에 대안이 없는 아시아 국가들은 더 긴 기간을 석탄에 의존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서아체 지역의 석탄 채굴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서아체 지역의 석탄 채굴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EPA연합뉴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가스 수급 불안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일 것 같은데요. 대부분 국가들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이정표로 선정한 2030년을 불과 4년 정도 놔둔 상태에서 탈탄소 브릿지 연료인 가스 수급이 불안에 빠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카타르발 LNG 부족은 에너지 딜레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할 때 안정적 발전원인 가스 공급이 부족해졌습니다. 대안인 재생에너지 전환은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며, 결국 ‘석탄 회귀’라는 고육지책은 탄소 감축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동 전쟁이 남긴 이 숙제들은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의 시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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