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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부터 공정까지 갈아엎었다...뷰티업계 번진 AI

한국콜마, ‘AI 이노베이션팀’ 신설

처방 설계 시간 3분의 1로 단축

코스맥스, 조색 단계부터 AI 적용

반복 실험 잦은 구간 획기적 개선

LG생건, 소재발굴 1년 10개월→1일

수정 2026-04-09 07:25

입력 2026-04-09 07:25

지면 18면
한국콜마 세종공장. 사진 제공=콜마홀딩스
한국콜마 세종공장. 사진 제공=콜마홀딩스

뷰티 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을 확대하며 제품 개발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료 발굴부터 처방 설계, 생산 공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소요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업계 경쟁 구도도 품질에서 속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다.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 한국콜마(161890)는 지난해 말 융합기술연구소 내 조직을 개편해 ‘AI&이노베이션 팀’을 신설했다. 피부 진단을 통한 맞춤형 솔루션 제공 플랫폼 ‘카이옴’, 상처 치료와 메이크업 커버를 한 기기로 해결하는 ‘스카 뷰티 디바이스’ 등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 개발이 확대되면서 관련 역량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선보인 AI 기반 맞춤형 처방 설계 시스템은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와 피부 상태, 자외선 노출 등 다양한 변수를 분석해 최적의 성분 조합을 도출한다.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과거 연구원들이 수개월간 반복 실험을 거쳐야 했던 처방 설계 기간이 3분의 1로 줄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현재 AI 시스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선케어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 중으로, 향후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한 서비스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실시간 자외선 노출량과 피부 상태 데이터를 반영해 차단 강도를 조절하거나 자외선 강도 변화에 따른 재도포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코스맥스(192820)는 색조 화장품 제조의 핵심 공정인 조색 단계에 AI를 도입해 생산 효율을 크게 높였다. 조색은 ‘부드럽게 번지는 장밋빛’ 같은 고객사의 추상적인 색상 요구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연구원이 수차례 반복 실험을 거쳐야 한다. 코스맥스는 색 원료의 초기 투입량을 AI가 자동으로 설정하는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0~4회 내에 조색을 완료하는 비율은 기존 52%에서 78.1%로 확대됐다. 반복 시행이 잦은 5~9회 구간의 비율은 47.2%에서 21.9%로 줄었다.

코스맥스는 최근 향 영역으로도 AI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AI를 활용해 화장품 원료 고유의 향이 혼합돼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특이취’를 잡아낸다. 이를 통해 원인 분석과 수정에 걸리는 시간을 현저히 단축했다. 또 AI와 로봇팔을 결합한 맞춤형 자동 제조 시스템은 에센스 3500종, 헤어 1만 종 이상을 소화할 정도로 고도화됐다. 평택2공장은 전체 생산 라인의 절반에 AI 로봇을 적용해 기존 대비 생산성이 40% 향상됐다.

LG생활건강(051900)은 화장품 원료 발굴 단계에 AI를 도입해 연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생활건강과 LG AI 연구원은 지난해 신물질 발굴에 특화된 AI 모델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활용해 화장품 효능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AI가 물질의 분자 구조 데이터를 대량 분석해 각 물질 특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효능 소재의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은 기존 평균 1년 10개월에서 1일로 크게 줄었다. 회사 측은 이르면 연내 자사 대표 브랜드 ‘더후’ 제품에 해당 방식으로 개발한 고효능 소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은 단순한 공정 자동화를 넘어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주기를 재설계하는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제품 개발 속도가 곧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는 만큼 AI 활용 역량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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