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빠진 이란 출구전략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모호한 평화안에 종전 불확실성 커져
美·이스라엘 서로다른 목표도 걸림돌
협상서 호르무즈 안전통항 확실히 해야
수정 2026-04-10 05:00
입력 2026-04-10 05:00
외교관들은 모호함을 좋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들이 이란 전쟁의 영구 휴전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핵심 사안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항이다. 지금까지 그것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릴 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굴복해 해협을 열지 않으면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더니 불안정한 휴전에 열을 올리며 환호했다. 그는 “이것은 중동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또 이란에서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이란 매체는 “해협이 완전히 봉쇄됐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협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승리를 위한 명확한 전략 없이 시작된 전쟁이 평화를 위한 공식이 빠진 종전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란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외교관들이 즐기는 ‘모호함’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10개 항 제안을 “협상 가능한 토대”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15개 항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합의 조건은 확실하게 다르지만 전쟁에 지친 트럼프 대통령은 6일에 제시했던 ‘무조건 항복’ 요구를 잊어버린 듯하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불확실성은 짙다. 협상에 정통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지원을 받는 파키스탄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연합을 이끌면서 합의의 틀을 작성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 관련 접촉은 혼선이 컸는데 부분적으로는 이란 내부의 전시 혼란 때문이었다. 당국자들은 보통 2~3시간이면 충분했던 메시지 교환에 필요한 시간이 24~36시간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떠오른 것은 핵심 당사자 대부분과 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물론이고 중국·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와도 관계가 원만하다. 파키스탄은 외교를 ‘둘이 추는 탱고’라기보다 ‘가면무도회’로 여긴다고 한다.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때때로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모호함의 기술’에 능숙하다. 앞서 제시된 외교적 이정표는 지난달 말 중국과 파키스탄이 내놓은 “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구상이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 구상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에서 논의됐고 단순한 평화 의제를 제시했다. 적대행위 중단, 평화협상 개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상 항로의 안전이다.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유사한 요구는 국제위기그룹(ICG)이 조직한 전직 각료 46명에게서도 나왔다.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인 2022년 흑해의 선박 운항을 재개한 ‘흑해 이니셔티브’를 본떠 제안을 설계했다. 이 같은 외교가 백악관의 묵인 아래 진전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위협 수위를 오히려 높였다. 그는 부활절에 상스러운 욕설이 섞인 폭언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자신의 전쟁 영화를 직접 해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페르시아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뒤 이렇게 적었다. “누가 알겠어? 우리는 오늘 밤 알게 될 것이다. 세계의 길고 복잡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를.”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호전적 과장은 의회와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떨어뜨렸다. 유럽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를 위한 집단행동에 눈에 띄게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한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성은 ‘쇼비즈니스’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를 찾는 데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 인프라를 보존하려 했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소수민족 반군의 무장은 원하지 않았다. 반면 일부 이스라엘 전략가들은 쿠르드족과 발루치인, 아제르바이잔계 주민, 후제스탄 아랍인 등 분리주의 운동을 부추기는 대안적 접근을 선호했다. 이스라엘은 또 미국의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표적을 계속 타격하기를 원하고 있다.
평화협상은 조만간 파키스탄에서 시작될 것이다. 참석자와 협상 의제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이 시작될 때만 해도 열려 있었지만 현재 사실상 닫혀 있는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지위가 어떻게 될지 여부이다. 이것이 현재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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