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세청, 콜센터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금융·통신사 등에도 영향 미칠 듯
[노봉법 시행후 정부부처 첫 사례]
노동부 자문위 원청 사용자성 인정
3자 협의 거쳐 교섭공고 시기 결정
민원 등 감정노동 보호방안 첫 의제
수정 2026-04-09 17:48
입력 2026-04-09 16:40
국세청이 하청 콜센터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기로 하면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정부와 하청 노조 간 첫 교섭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위원회 심판까지 가지 않고 정부 부처가 스스로 원청 사용자성을 전제로 교섭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민간 콜센터까지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계 부처와 노동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전날 고용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가 국세청 콜센터지회에 대해 일부 의제와 관련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자 하청 콜센터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사실상 교섭 절차 착수를 의미한다. 지회 관계자는 “13일 국세청·지회·하청업체가 참여하는 3자 협의에서 공고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하청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내고 심판을 거쳐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기존 경로와 다르다. 국세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부 내부 판단 기구인 판단지원위의 결론을 토대로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그만큼 국세청이 애초부터 하청 노조와의 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을 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조 측 역시 교섭 대상을 기획예산처 장관 등 예산 당국으로 넓히지 않고 국세청으로 한정했다.
다만 교섭 범위가 전면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노조는 직접고용, 임금, 휴가제도 개선,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등 5개 의제를 제시했지만 판단지원위는 이 가운데 작업환경과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에 대해서만 원청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악성 민원 응대 과정에서의 작업 중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판단지원위는 국세청의 관리 아래 있는 하청업체가 이런 대응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보고 해당 영역에서 국세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직접고용과 임금, 휴가제도 개선 등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감정노동자 보호가 공공·민간 콜센터 전반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말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7년을 맞아 콜센터 22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는 고객 폭언이 있어도 업무를 일시 중단할 수 없다고 답했고, 36%는 폭언 응대 뒤에도 쉬지 못했다고 했다. 낮은 임금과 과도한 실적 압박, 부족한 휴게시간 등 기존 문제에 더해 감정노동 보호 문제까지 원청 책임론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국세청의 결정은 다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지자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민원 콜센터를 외주 운영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상담 매뉴얼과 응대 기준, 인력 운용 방향을 원청이 사실상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중앙행정기관이 노동위 심판 없이도 직접 교섭에 나선 전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공공부문 하청 노조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콜센터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다. 금융권과 카드업계·통신업계 콜센터는 상담 스크립트와 전산 시스템, 성과평가 체계를 원청이 사실상 설계·통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 등 금융기관 콜센터 하청 노조 관련 노동위원회 심판에서도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 사례가 공공부문 첫 교섭으로 이어질 경우 민간에서도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무 부서에서 교섭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실제 교섭이 이뤄지면 노조 요구 사항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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