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헬기 띄워 불법어선 접근…“너울·칼바람과 사투”
■해경 단속 훈련 현장 동행해보니
꽃게 성어기 서해 집중단속
中어선 110척 NLL서 조역
‘비밀어창’ 등 수법 날로 진화
단속 4일만에 26척 퇴거 명령
수정 2026-04-09 23:44
입력 2026-04-09 18:04
“중국 어선! 여기는 대한민국 해양경찰이다. 한국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너희는 어로 행위를 할 수 없다. 즉시 정선하라!”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쪽 40해리 해상. 해양경찰 3019함의 확성기를 통해 긴박한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꽃게 성어기인 4월을 맞아 우리 수역에 몰려든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조타수가 무릎 높이의 타기(舵機·배의 키)를 재빨리 돌리자 3019함은 방향을 틀어 목표물을 향한 추격 기동에 들어갔다. 함교 한편에서는 레이더 작동수가 목표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외쳤다.
이번 훈련의 핵심은 함정에 탑재된 보트 형태의 고속 단정을 내려 직접 불법 어선에 접근하는 등선 작전이었다. 경적과 함께 “상황 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방검 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특수기동대원들이 좌우현 단정으로 몸을 실었다. 이들이 목표 선박에 올라타 조타실과 기관실을 장악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훈련에 참가한 해경 1002함 단정 통신장 이동호 경사는 “선체가 작으면 모함보다 너울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아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며 “야간이나 기상 악화 시에는 시야 확보조차 어려워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나포 작전에 투입될 신형 장비도 이날 훈련에 동원됐다. 3019함 요원들이 불법 어선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소화포는 함수 쪽에 배치돼 육안으로도 타격 지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공중에서는 함정 탑재 무인헬기(UAV)가 주변 상황을 살피며 불법행위 증거를 수집했다. 김재성 해양경찰 3019함장은 “이번 훈련은 성어기에 대비해 올 한 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해경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매년 이맘때 허가 없이 한국 수역을 침범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시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한 달간 관내 불법 어선 퇴거·차단 실적은 190건으로 집계됐다. 11월 726건, 10월 513건에 이어 연중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중부해경청 관계자는 “중국 자체 금어기가 시작되는 4월 중순 전후로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려는 조업이 집중된다”고 전했다.
불법 어선의 출현 자체는 예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현장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단속 대상의 저항 방식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어서다. 선박 내부를 폐쇄하고 쇠창살을 설치하거나 심지어 단속 요원들이 찾기 어려운 ‘비밀 어창’을 만드는 수법까지 동원된다. 해경 1002함 단정장 방준호 경사는 “불법 어선은 시야가 흐려진 틈을 타 우리 수역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 역시 함정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지능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11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 대원들은 매번 초 단위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NLL 인근에서는 단속 대상의 북상을 막지 못한 채 수 분만 지체돼도 대원들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해경 1002함 검색팀장 김인수 경위는 “불법 어선을 나포하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단 10분 남짓”이라며 “상대 수법이 고도화되는 만큼 기계식 파괴 장비를 활용해 신속히 통로를 확보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불법 조업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부해경청은 단속 시작 이후 이날까지 중국 어선 2척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26척을 퇴거했다고 밝혔다. 중부해경청 관계자는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중심으로 중·대형 함정과 특수기동정 등 총 6척을 배치했고 특별 단속 기간에는 세력을 더 늘려 성어기 초반 불법 조업 차단에 강력히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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