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호르무즈 통행료’…국제공조로 국익 수호를
수정 2026-04-10 00:05
입력 2026-04-10 00:05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해협에 짙게 드리운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휴전 발표 다음 날인 9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날 이뤄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재봉쇄를 선언했다. 여기에다 기뢰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선박의 해협 내 지정 항로 이동을 요구해 통항 선박들은 기뢰를 피해 대체 항로를 따라야 하는 위험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미국도 “해협을 완전히 열기로 한 합의를 깬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 휴전이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란과 공동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해 글로벌 질서의 중요 축인 항행의 자유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 ABC방송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를 이란과 합작 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다른 많은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이란이 해협 통제권 장악과 재건 비용 마련 등을 노리고 자유로운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 통행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상식을 크게 벗어난 황당무계한 행태다.
호르무즈해협 통행료가 현실화하면 수입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이 뱃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통행료 징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항행의 자유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 노력에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간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란 측과의 물밑 교섭에 전력을 다하되 통행료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과 이란 최고지도부의 강경 대응으로 종전 합의에 쉽게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불가측한 변수에 면밀히 대비하면서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자유항행과 국익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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