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환율 안정 못 보고 퇴임…트럼프가 안 도와줘”
◆마지막 금통위도 ‘이창용식 소통’
실기론에 “금리 결정 잘했다 생각”
시끄러운 한은 표방 정책소통 힘써
입력 2026-04-10 18:00
이달 20일 임기를 마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특유의 소통 스타일을 드러냈다. 본인의 패션 상징인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입장한 그는 직설적 발언에 농담 섞인 말까지 곁들이며 4년의 임기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10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자기 자랑 같지만 후회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내 금리 결정과 관련해 “금리 조기 인하에 실기했다는 말도 많았고 금리를 너무 안 올려 환율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양쪽이 균형이니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임기 중 가장 곤혹스러웠던 장면으로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꼽았다. 당시 그는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발언했는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사로 해석돼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이에 대해 그는 “인하 기대가 과도해지는 것을 경계하려던 취지였다”며 “동결 가능성을 말한 것이지 인상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발걸음은 가볍다”면서도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자리를 넘기고 싶었는데 그렇게 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외부 충격이 겹치며 변동성이 커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190㎝ 장신에 직설 화법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총재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시끄러운 한은’을 표방하며 한은의 역할 확대를 강조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환율 등 복합 위기 국면에서 취임한 이 총재는 단순히 금리 결정 외에도 정책 배경과 논리를 시장에 설명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뒀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 경력과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현안에서도 존재감을 보였으며 한은이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 구조 개혁 의제를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임기 후반에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추진하고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알 수 있는 ‘K점도표’도 도입했다. 이 총재는 “점도표의 성공 여부는 시장과 언론이 조건부 전망이라는 점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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