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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재판소원 시행 한달…현장은 여전히 혼란 [서초동 야단법석]

법왜곡죄·재판소원 지난달 12일 시행

법관 26명 등 91명 피고발

이달 6일까지 재판 취소 322건 청구

수정 2026-04-13 16:08

입력 2026-04-11 17:00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공포 한 달을 맞았다. 공포 직후 시행된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 관련 사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법이 남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착을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장부터 특검·공수처장도 수사선상 올라

11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법왜곡죄 피고발인 수 가운데 법관은 26명이다. 수사 당국은 초기 사건 상당수가 판결·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사법경찰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왜곡죄가 사법부의 직무 수행을 위축시켜 재판 독립과 기본권 보장 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 재판부를 피하려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실상 법왜곡죄 고발 1호 사건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이다. 고발인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작년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오동훈 공수처장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특검) 등도 고발당했다. 검사 36명, 경찰 20명, 기타 9명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했다. 기타 인원은 검사나 법관, 경찰이 아닌 일반인 또는 단순 직원 등이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수사기관도 법왜곡죄로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왜곡죄가 수사기관까지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5월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도 최근 자신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을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고 주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허 대표는 사기·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반드시 경기북부경찰청 수사관들과 기소한 검찰을 법왜곡죄로 전부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며 “저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어서 수천억이 들어가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를 악용하는 고소·고발에서 사법부나 수사기관을 지켜줄 보호망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법부는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운영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행 직후에야 대응 조처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충분한 숙의 없이 입법이 강행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3일 “다만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시기를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왜곡죄 관련 수사할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의 혐의를 어느 수사기관에서 담당할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혐의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가 법왜곡죄를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 수사 대상은 형법 제122조~133조까지인데 최근 시행된 법왜곡죄도 포함되는지는 아직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남소 우려 여전

재판소원 제도 사건도 헌재로 몰려들고 있다. 헌재는 7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각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총 120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 헌재 지정재판부는 지난달 12일과 31일 각각 26건, 48건을 각하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이달 6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총 322건 가운데 누적 194건이 각하된 것이다.

헌재는 사전심사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명확히 주장·소명됐는지를 중심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전심사를 통과해 재판관 전원이 사안을 들여다보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없다.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 및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 사실 공표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장영하 변호사 등 주요 사건도 각하됐다.

헌재는 재판소원 시행에 따른 업무 과부하를 인력 보강 등으로 해소할 계획이다.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인건비·운영비 등 66억 6000만 원을 확보해 연구관 20명과 사무처 직원 18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다만 남소(소송 남용)로 인한 사건 적체, 심리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헌재는 재판소원 남소를 막기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용역의 결론은 올해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헌재에서 재판이 취소되면 어느 심급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할지 등이 정해지지 않는 등의 공백도 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 정기 회의가 이달 13일 열린다. 사법 3법 공포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현재까지 공식 안건은 의장단 선출 외에 없지만 사법 3법 관련 현안과 후속 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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