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의 골든타임, 중수청 준비에 달렸다
안현덕 사회부 차장대우(법조전문기자)
입력 2026-04-10 23:44
정부가 8일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준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국무총리훈령)’을 제정·발령했다. 중수청 개청에 필요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청준비단을 설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무총리훈령에 명시된 개청준비단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중수청과 관련한 법령·행정규칙을 제·개정하는 것이다. 검찰청과 중수청 사이 업무 인수·인계, 중수청 조직·인력 구성, 예산 편성, 청사 확보와 사무실 설치 등도 포함됐다. 말 그대로 중수청 개청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 중요한 과정이다.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개청준비단을 출범하는 등 정부가 중수청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한 셈이지만 법조계 안팎의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중수청이라는 ‘밑그림’을 촘촘하게 채워나가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새롭게 도입되는 형사·사법 체계가 시작부터 삐걱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한동안 혼란을 겪었던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여전히 연착륙하지 못하며 ‘공(空)수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근심 어린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문제점은 큰 틀이 아닌 세부 요소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중수청법이 새 형사·사법 체계 구축을 위한 큰 그림이라면, 개청준비단이 앞으로 추진하는 법령·행정규칙 제·개정이나 조직·인력 구성 등 업무는 세심하고 그리고, 색을 입히는 작업이다. 겉보기에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자칫 잘못 설계된다면 이를 고치는 데 오랜 기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다면 새 형사·사법 체계는 연착륙하면서 국가 ‘법치주의’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반면 제대로 설계되지 못한다면 수사 지연, 사건 암장 등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준비는 후회를, 또 이는 법치주의의 후퇴를 야기할 수 있다. 한 번 놓친 ‘골든 타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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