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한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화폐 단일성 유지 중심축 역할 구축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담보 기능도
세계 디지털금융 인프라 주도 기대
수정 2026-04-13 05:00
입력 2026-04-13 05:00
하나의 경제권 내에서 복수의 화폐가 유통될 때 이들이 등가로 교환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주체들은 거래마다 교환 비율을 따져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A 은행 예금 1만 원과 B 은행 예금 1만 원은 왜 가치가 같을까.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으로 설명한다. 발행 주체나 형태가 달라도 가치가 항상 1대1로 유지되는 성질이다. 이는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 같은 제도적 장치와 중앙은행의 화폐 및 지급준비금, 은행 간 거래를 완결 짓는 지급결제 시스템이 맞물려 작동하는 견고한 네트워크 장치 덕분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 ‘화폐의 단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같은 ‘테더(USDT)’라도 이더리움 기반인지 트론 기반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발행 체인의 환경에 따라 가치가 미세하게 차이 나고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논문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내재적 속성인 채굴 방식과 혼잡도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코인이 등가로 거래되지 않는 ‘분절화(fragmentation)’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기술적 시도는 이어지고 있으나 시간 지체와 수수료, 보안 취약성 등의 숙제는 여전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프로젝트 한강’에 주목해야 한다. ‘한강 플랫폼’에서 한은이 발행하는 기관용 디지털화폐는 화폐 단일성을 유지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시중은행은 스테이블코인과 기능이 유사한 ‘예금토큰’을 발행해 일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제공한다. 현재 우리가 은행 앱으로 계좌 이체를 하는 것과 원리는 같다. 중앙은행이 예금토큰의 가치를 보증하되 블록체인의 편익인 프로그래밍 기능 등을 안전하게 누리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신 후보자가 제시한 ‘통합원장(unified ledger)’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일각에서는 예금토큰이 국내용에 그쳐 스테이블코인보다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한강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표준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국가 간 송금 개선 프로젝트인 아고라(Agora)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7개국 중앙은행과 40여 개 주요 글로벌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한강 플랫폼과 아고라 플랫폼이 연계될 경우 예금토큰의 쓰임새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나아가 한강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한강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간의 1대1 실시간 교환을 지원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을 누리면서도 기존 통화 시스템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한강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에 안전한 귀환 경로를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예금토큰이 닿지 못하는 틈새 영역을 담당하는 상호 보완 구조다.
기술의 진보가 화폐의 본질적 기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의 편익은 ‘단일한 화폐’라는 안정적 기반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프로젝트 한강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도 화폐의 단일성과 금융 안정을 지키려는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금융 인프라를 선도하고 혁신과 안정이 조화된 미래 통화 생태계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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