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중동전쟁으로 먹거리 직격탄…‘식량안보’ 지켜야”
■김춘진 헌정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국회의원 3선·aT사장 역임 농업전문가
비료·기름값 급등, ‘애그플레이션’ 초래
생산단가 급등으로 식량안보에도 경고등
원자재 수입 다변화·화학비료 감축하고
국가적으로 저탄소·식생활 운동 필요
곡물 자급률 20%대 韓…네덜란드 참고
새만금 초대형 식량 저장·가공단지 구축
중계·가공무역으로 농식품 수출 늘려야
수정 2026-04-13 11:18
입력 2026-04-13 07:30
“중동 전쟁으로 석유·나프타·요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업 분야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애그플레이션(밥상 물가 폭등)과 식량 안보 우려가 커지는데, 이번 위기를 외려 농산물 분야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김춘진 대한민국헌정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최근 국회 헌정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발 위기로 농가의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농민의 호주머니와 국민의 밥상을 흔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희대 치대 박사와 인제대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을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 의료자문의, 17~19대 국회의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역의원 시절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으로부터 7년 연속 우수의원상을 받는 등 농업과 보건의료 정책통으로 불렸다. aT 사장 때는 48개국 720여 개 기관과 협력해 ‘저탄소 식생활 운동’을 이끌어냈고 미국 12개 주 및 시, 영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 ‘김치의 날’ 을 제정토록 적극 나서 K푸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현재 국제 유가 급등의 충격은 비료·면세유·시설원예 난방·비닐·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용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20~40% 상승했다.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 비닐·포장재의 원료인 나프타가 모두 석유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요소·인광석·염화칼륨 등 주요 비료 원자재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와 화학비료 사용량 절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제언이다. 그는 “2021년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으로 국가 물류망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미생물 농법·유기농·친환경 비료를 장려하고 정밀 농업 기술을 보급해 농가 부담 절감 절감, 온실가스 감축, 식량 주권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에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는 ‘저탄소 식생활’ 운동을 다시 펼치고 학교 급식과 공공기관 구내식당부터 친환경 농산물 비율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aT 사장 시절 세계 최초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연 경험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K-푸드가 인기를 끄는데 저탄소 식생활 운동과 온라인 경매 및 도매시장도 같이 확산시키면서 농식품 분야에서 K-이니셔티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번 중동발 위기를 계기로 식량 안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밀·옥수수·식용유 가격이 폭등하며 수십 개 나라가 식량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밀·콩·옥수수 등 대부분의 곡물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곡물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의 비축량을 수개월치나 확보하고 있고 중국 역시 세계 곡물 재고의 절반 이상을 끌어안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로 세계 곡창 지대가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고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의원 시절부터 줄기차게 대규모 곡물 터미널(식량 콤비나트)을 갖춘 거대한 ‘식량 가공 단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네덜란드가 작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농식품 수출국으로 군림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나라는 오렌지와 카카오를 직접 재배하지 않고도 ‘중계·가공 무역’을 통해 관련 시장을 장악하는 등 연 1000억 달러대의 농식품을 수출한다. 항만·가공 단지·식량·곡물 비축기지·물류망을 묶고 와게닝겐밸리 같은 혁신 농식품 클러스터를 키운 게 주효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새만금을 잘 활용하면 ‘동북아 식량·식품 허브’로 키울 수 있다”며 “이 곳에 대규모 식량 저장기지와 가공 단지를 구축해 K-푸드 기술력과 스토리를 입히면 역으로 농식품 수출대국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9조 원을 투자해 로봇 제조공장·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수전해(물 전기분해) 플랜트 구축에 나서기로 한 것을 예로 들며 새만금이 중계·무역을 통한 물류 허브로 부상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중동발 위기를 식량 안보와 농식품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네덜란드처럼 농식품 분야에서 연간 수십 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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