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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휴머노이드 로봇 두뇌기술 선점…1초에 17번 판단, 돌발상황 즉각 대응

■상용화 핵심 SW ‘섈로 파이’ 공개

연산단계 3분의 1 축소·오차 1㎜

온디바이스 AI로 ‘빠른 사고’ 가능

2030년 AI자율 공장 전환 로드맵

R&D 100조 투자해 기술격차 확보

수정 2026-04-12 18:30

입력 2026-04-12 17:39

지면 3면

삼성전자(005930)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제어용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아직 완성된 형태의 휴머노이드 실물을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상용화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역량부터 내실 있게 다지며 독자적인 로봇 생태계 구축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리서치(SR)는 최근 로봇 제어용 AI 모델의 연산 단계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섈로 파이(Shallow·π)’ 기술을 공식 발표했다. 대규모 원본 AI 모델의 핵심 지능을 소형 모델로 압축하는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 기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로봇의 상황 판단 속도를 기존 8㎐(헤르츠)에서 17.2Hz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1초에 17회 이상 연속 판단이 가능해진 셈으로 돌발 장애물에 즉각 대응해 사고 없이 멈출 수 있는 수준의 반응성을 갖추게 됐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처리를 위해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야 했던 기존 로봇 AI의 구조적 한계를 자체 ‘온디바이스 AI’ 기술로 극복하며 상용화의 큰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다.

현장 실증도 철저히 거쳤다. 엔비디아의 최신 로봇 플랫폼 ‘젯슨 오린’과 휴머노이드 전용 칩 ‘젯슨 토르’ 환경에서 정상 작동을 입증했으며 단일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적용해 센서 입력부터 모션 출력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오차 1㎜ 이하를 요구하는 초정밀 워터호스 삽입 작업에서 95%의 동작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22자유도의 복잡한 관절을 지닌 양팔과 로봇 손의 46개 움직임을 40㎳(밀리세컨드) 만에 조작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삼성전자가 외형 공개에 앞서 SW 역량 확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2030년 AI 자율 공장 완전 전환’이라는 중장기 로드맵이 있다. 화려한 서비스 로봇으로 이목을 끄는 대신 고온·소음 등 열악한 제조 현장에 로봇을 선제 투입해 생산 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에 이르는 핵심 공정에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오퍼레이팅봇·조립봇을 체계적으로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상은 올 1월 CES 2026에서의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의 발언과 실적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일부 윤곽이 드러난 바 있다. 산업 현장에서 고난도 작업을 통해 피지컬 AI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계적 안전성을 확보한 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점진 확장하는 시나리오다. 삼성이 지분을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협력사의 제어 기술에 이번 경량화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될 경우 상용화 시점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4억 달러(약 6조 340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는 현재 중국 업체들이 실물 공개와 외형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맞서 파격적인 처우로 글로벌 우수 인재를 영입하며 기술 격차 확보에 나섰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최근 메모리 분야 수석연구원 수준을 뛰어넘는 최대 36만 5650달러(약 5억 3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로봇 인재 확보에 직접 뛰어들었다. 일리노이대의 크리스 하우저 교수를 비롯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혼다 출신의 최고급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며 연구개발(R&D) 진용을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도 예고돼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0조 원 이상의 R&D 투자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개발 속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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