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본격 집행…재정·물가에 부담 커지면 안 돼
수정 2026-04-13 11:02
입력 2026-04-13 00:01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편성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우선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7일부터 취약 계층에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고 국민 70%에게는 5월 18일부터 수도권 1인당 10만 원, 비수도권 15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총지급 규모는 국비 4조 8000억 원, 지방비 1조 3000억 원 등 6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에서 나온다지만 재정 부담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부채를 먼저 상환한다는 원칙을 깨고 재원을 달리 전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4조 원으로 1년 새 129조 원 증가했고 재정 적자도 104조 원에 달했다. 나라 살림이 여유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확장 재정으로 늘어난 재정지출은 의무지출 구조조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이번 추경에 포함된 4조 8000억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위기 대응이라는 취지에 부합한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캐나다·핀란드·영국 등은 외부 충격에 따른 국민 부담을 세금을 낮춰 흡수하고 있다.
추경 집행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저소득층 지원이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고물가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은 ‘쿠폰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상향하고 성장률은 1.7%로 낮췄다. 고물가 속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2차 추경론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다지만 추가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9%까지 상승했다. 2030년 60% 돌파 전망도 나온다. 추경은 어디까지나 예외적 수단이다. 위기 대응에 한정돼야 할 추경이 정치적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재정 중독의 부담은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에게 빚으로 전가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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