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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땐 매출 3% 과징금, ‘기업 벌주기’ 능사 아냐

입력 2026-04-14 00:01

지면 31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건설안전특별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건설안전특별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건설 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막대한 징벌적 과징금과 중복 규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건설안전특별법 공청회에서 대한건설협회는 “안전 책임을 기존 시공사 중심에서 발주자와 설계자·감리자까지 확대하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처벌은 업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의 핵심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책임 기업에 연 매출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망의 47%가 건설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다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미 시행 중인 상황에서 별도의 법을 또 만들어 ‘3중 처벌’에 나서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매출액의 3%’라는 과징금 산정 기준은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15%에 불과한데 매출의 3%를 물게 되면 멀쩡한 대기업도 도산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건설사들은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올해 1분기에만 무려 1088개사나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과징금 제도까지 도입된다면 어떤 기업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정부는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처벌 위주 정책의 한계는 이미 데이터로 입증됐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까지 선언하면서 처벌 강화를 외쳤음에도 지난해 산재 사망 근로자가 전년보다 늘어 605명을 기록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기업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복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현장의 안전 투자를 통한 본질적 예방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업 벌주기’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만이 진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산업 안전은 처벌의 공포가 아니라 시스템 투자와 문화의 정착을 통해 달성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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