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떠나는 ‘젊은 과학자’
수정 2026-04-26 01:27
입력 2026-04-13 18:42
“광역버스 운행이 한 시간에 한 대꼴인데 당장 출퇴근이 큰일입니다. 하반기부터 연구진이 더 많이 떠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드네요.”
최근 만난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수도권 통근버스 폐지’ 소식에 이 같은 걱정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지역 정주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과 출연연은 순차적으로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전면 중단 시점은 올 6월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합리적이다. 다만 그 절차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식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대안 없이 통근 수단이 사라지자 내부에서는 이직을 고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우주항공청 산하 출연연 25곳 가운데 일반 연구직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곳은 단 5곳이다. 또 다른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 역시 “자녀 학업 문제가 걸린 연구원들은 특히 고민이 깊다”며 “근처 산부인과·초등학교 하나 없는 지역은 이미 이직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계기로 성과급 구조가 개편된다는 점 역시 젊은 연구자들의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다. 보수 체계 재정비 과정에서 시니어·주니어 연구자 간 수당 분배 격차, 연봉 역전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간기업이나 학계로의 이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출연연 내 젊은 인력 이탈은 심각하다. NST·우주항공청에서 집계한 출연연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퇴직자 1253명 가운데 30대 이하 인력 비중은 63%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젊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으로 연구개발 생태계를 혁신하겠다”는 포부는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지난해 11월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신진 연구자 채용을 연 600명 내외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건은 채용을 넘어 이들의 ‘전 주기 연구’가 가능한 현실적 정주 요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출연연의 본령은 지방균형발전 거점에 앞서 국가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허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연구자의 일상을 뒤흔드는 행정 조치는 결국 연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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