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두바이 부자들은 ‘추크’한다…“당일치기로 집 계약” 없어서 못 파는 스위스 주택, 왜?
수정 2026-04-14 07:40
입력 2026-04-14 05:02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자산가들의 이동 경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자금과 인력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면서, 스위스의 작은 도시 하나가 글로벌 ‘안전 자산 거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고객이 가장 먼저 묻는 곳”…추크로 몰리는 중동 자산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부유층과 금융 인력들이 스위스 ‘추크’(Zug)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원자재·금융 업계 종사자들이 안정적인 유럽 거점을 찾으면서 추크를 최우선 선택지로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알펜 파트너스의 피에르 가브리스 CEO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묻는 곳이 거의 항상 추크”라며 “직접 가보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추크는 인구 약 13만~13만5000명 규모의 소도시지만, 낮은 세율과 기업 친화 정책으로 원자재 거래와 가상자산 기업이 밀집한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6년 비트코인 결제를 공식화한 이후 블록체인 기업만 500곳 이상이 모여들며 ‘크립토 밸리’로도 불린다.
하인츠 탠들러 추크 시청 재무 책임자는 “전쟁 이후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상황은 유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추크는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 보러 온 줄이 블록 한 바퀴”…부동산 시장 과열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거 시장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프라이빗 뱅커는 “전쟁 이후 미국계 은행 관계자들의 이력서가 4배로 늘었다”고 전했고, 또 다른 금융업 종사자는 “침실 2개짜리 임대주택을 보러 온 줄이 건물 한 바퀴를 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을 보자마자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소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수요자는 두바이에서 당일 비행기로 이동해 집을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금융 인력 이동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스위스 민간은행 관계자는 “중동 전쟁 이후 추크 지점으로 이동하려는 금융 인력 지원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추크’는 높은 진입 장벽 vs ‘루가노’ 매물은 아직 여유
다만 추크 정착이 쉬운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 시민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비EU 국적자는 취업, 법인 설립 또는 일정 자산을 기반으로 한 ‘정액 과세 협정’을 통해서만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생활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지만 사전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 지역 선택에도 제약이 따른다.
안야 베크 엔겔앤뵐커스 파트너는 “유럽 여권이 있어도 바로 정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간과 고용 기반 또는 사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크 내 주택 공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탈리아어권 티치노주의 루가노(Lugano)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먼 인치르 부동산 중개인은 “전쟁 이후 두바이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문의가 증가했고, 이제는 실제 이주를 고려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루가노는 약 300채의 매물이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외국인도 비교적 빠르게 거주 허가와 세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부동산 회사 엥겔 앤드 푈커스는 “중동 전쟁 이후 두바이에 사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영국인의 루가노 문의가 늘고 있다”며 “루가노에서는 매물에 아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자산가들의 이동은 단순한 ‘피난’을 넘어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안전성과 세제, 금융 인프라가 결합된 도시로 자금과 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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