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베트남에 1.8조 투자…“AI 기판도 초격차”
대규모 FC-BGA 공장 새로 지어
엔비디아 ‘그록3 LPU’ 양산 준비
새 거점 키워 점유율 확대 정조준
현지 법인 설립후 5조 시설 확보
필리핀선 MLCC 공장 증설 추진
수정 2026-04-14 23:39
입력 2026-04-14 17:39
삼성전기(009150)가 글로벌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한 베트남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조(兆)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최근 엔비디아 수주를 포함해 빅테크의 부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지에 수조 원이 넘는 총투자를 통해 확보한 생산기지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베트남에 대규모로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12억 달러(1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추가 투자가 이뤄지면 누적 3조 원대 규모의 FC-BGA 생산 시설을 베트남에 갖추게 된다.
FC-BGA는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반도체 패키징 과정에서 성능과 집적도, 열관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이에 빅테크들로부터 데이터센터는 물론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AI 반도체용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도 FC-BGA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조 3018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20%를 넘어선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에 들어갈 FC-BGA 공급을 맡으며 올 2분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칩(ASIC)을 만드는 브로드컴과 구글·아마존·애플 등 경쟁 빅테크들도 고객사로 확보해나가고 있다.
다만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선두 주자들이 FC-BGA 시장점유율을 70% 이상 차지하고 있어 후발 주자인 삼성전기가 제대로 추격하려면 신규 공장을 통한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2021년 8억 5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투자해 베트남에 FC-BGA 공장을 지었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며 여전히 공급이 전 세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과 국내 부산에 있는 FC-BGA 공장들은 생산량이 이미 최대치에 도달한 상황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역시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FC-BGA 사업 확장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FC-BGA의) 생산능력이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어 고객의 요구 수준이 현재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더 많다”면서 “FC-BGA는 삼성전기 기술이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기는 이로써 2013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후 카메라 모듈과 인쇄회로기판(PCB), FC-BGA를 합쳐 5조 원 규모의 생산 시설을 현지에 확보하게 됐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제조 거점으로 떠오르며 삼성전기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주력제품 공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베트남은 낮은 인건비와 글로벌 물류 요충지에 자리잡은 지정학적 이점을 가졌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사업 차질을 빚는 중국 공장의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삼성전기의 투자는 베트남에서 급성장하는 반도체 관련 산업들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만 해도 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을 아우르는 232억 달러(약 34조 4000억 원) 규모의 제조 인프라와 연구개발(R&D)센터를 베트남에 구축했다. 현지 최대 국영 통신사인 비엣텔 역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자국 최초의 팹(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베트남과 가까운 필리핀에도 또 다른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3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현지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는 1997년 필리핀 라구나 칼람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0년부터 MLCC를 생산해왔다.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공장을 증설했지만 빅테크 주문이 밀려들며 여전히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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