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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종 프로포폴도 20초 안에 식별”…경찰, AI 마약탐지기 도입한다

■AI 라만분광기 내년 현장 시범 운영

에토미데이트 등 5400여종 식별

연내 기기 경량화·DB 구축 진행

GPS 위치·시료정보 실시간 저장

현장 대응·수사속도 확 높아질 듯

수정 2026-04-14 18:36

입력 2026-04-14 18:32

“탐지 시작하겠습니다.”

이달 6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 첨단치안과학기술원(PAIST) 실험실. 푸른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손바닥만 한 검은색 장비에 마약 앰플을 가져다 대자 센서가 빛을 내며 시료를 겨냥했다. 곧이어 스마트폰 화면에는 파형 그래프가 빠르게 출렁였고 채 20초도 지나지 않아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가 96.7% 함유됐다는 분석 결과가 즉시 표시됐다. 신종 마약까지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인공지능(AI) 라만분광기’ 시제품이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화면에는 스펙트럼 그래프와 시료 이미지가 동시에 떴고 탐지기 옆 대형 스크린에는 ‘AI 라만 분석 시스템’ 대시보드가 띄워져 있었다. 지도 위 붉은 점들은 마약 분석 위치가 축적된 데이터로 특정 지역에 분석 기록이 몰린 패턴이 한눈에 드러났다.

신종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마약까지 현장에서 즉시 식별할 수 있는 탐지기 도입에 나섰다. 5400여 종 이상의 마약 데이터 AI학습을 통해 기존 장비로는 탐지가 쉽지 않았던 에토미데이트 같은 신종·혼합 마약까지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마약 수사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관세청과 함께 ‘AI 라만분광기 기반 마약 탐지 시스템’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으로 성균관대와 나노베이스·광운대·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참여해 기술 개발과 검증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두 달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인천세관에서 1차 실증도 마쳤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기기 경량화와 데이터베이스(DB) 추가 구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 전국 경찰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확대해 수사 현장에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마약팀장은 “신종 마약은 기존 장비로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AI 탐지기가 도입되면 현장 대응과 수사 속도를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라만분광기를 통해 탐지한 마약이 언제, 어디에서 탐지됐는지 위치 기반 분석 정보가 대시보드에 표시돼 있다. 이유진 기자
AI 라만분광기를 통해 탐지한 마약이 언제, 어디에서 탐지됐는지 위치 기반 분석 정보가 대시보드에 표시돼 있다. 이유진 기자

AI 라만분광기는 마약 의심 물질에 레이저를 쏴 분자 고유의 스펙트럼을 측정한 뒤 이를 AI 분석 시스템으로 전송해 축적된 DB와 비교·판별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는 블루투스를 통해 모바일 기기로 즉시 전송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무게는 약 1.5㎏으로 휴대가 가능하고 연속 사용 시간은 약 8시간이다. 측정 과정에서 GPS 기반 위치와 시간, 시료 정보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점도 특징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수사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마약 유통 경로 분석과 확산 추적에도 쓰일 수 있다.

이 장비의 강점은 5000여 종의 마약 스펙트럼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찰 자체 DB를 구축하고 이를 AI 알고리즘과 결합한다는 데 있다. 기존 외산 장비가 오프라인 방식으로 약 130종 물질만 탐지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은 실시간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신종 마약과 혼합 마약까지 신속히 판별할 수 있다.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탐지 기술을 국산화하고 여기에 AI까지 접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기술 개발은 신종 마약 범죄 확산 속도와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마약사범 검거 인원은 2020년 1만 2209명에서 2023년 1만 7817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만 3353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AI 라만분광기를 시작으로 다크웹 추적, 가상자산 분석, 은닉 마약 탐지 시스템 개발까지 병행해 마약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검출을 위한 빅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어 어떤 신종 마약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마약 대응의 속도와 정확도를 함께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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