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의 2막, 전문경영인에 달렸다
한태희 바이오부 기자
수정 2026-04-16 07:01
입력 2026-04-16 07:01
‘바이오 사관학교’로 불리는 LG그룹은 지금의 K바이오 산업 기틀을 닦은 출발점이다. 1980년대부터 신약 개발에 투자해 축적한 연구 인력과 이들의 경험은 2000년대 바이오 벤처 창업 열풍으로 이어졌다. LG 출신으로 창업한 박순재 알테오젠 회장,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 등은 오늘날 국내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창업한 1세대 바이오 벤처는 기술 중심 창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당시에는 원천·응용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고, 기술 발굴부터 연구 전략 수립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에서 창업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변하고 있다. 임상 단계 진전과 대규모 기술수출로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위상은 높아졌고 시장의 요구도 한층 진화했다. 과거에는 기술력만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기술수출 후 수익 구조부터 후속 파이프라인의 잠재력까지 구체적인 전략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기술 못지않게 경영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걸맞은 경영 체계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창업자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국내 바이오 업계는 인수합병(M&A)이 활발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내부적으로 경영 체계를 진화시키지 못하면 성장의 다음 단계에서 정체를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쟁 환경을 이해하는 경영 인력을 내부에서 육성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력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1세대 창업자들이 산업의 기틀을 다졌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K바이오의 경쟁력은 기술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경영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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