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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메뉴판’에서 특례 뽑아쓰는 ‘메가특구’ 만든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메뉴판식 규제특례 및 수요 응답형 규제 유예

재정·금융·세제·인프라·인재 등 원스톱 지원

李 “첨단산업 분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5극3특’과 연계…“대규모 지역 단위 규제특구”

입력 2026-04-16 06:30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가 28년 만에 규제개혁 체계를 전면 손질하며 저하된 성장잠재력 회복에 나섰다. 현재 전국 2800여 곳에 산재한 특구와 달리 지방에 첨단산업 육성 거점을 만들기 위해 로봇·재생에너지·바이오·자율주행 등 4대 메가특구를 지정하고 재정·금융·세제·인프라·인재를 아우르는 범부처 원스톱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업과 지방정부가 필요한 규제특례를 직접 선택해 적용하는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도입해 수요자 중심의 규제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국제적 경쟁력과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규제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며 “특히 첨단 기술·산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행위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기존 포지티브 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정부는 인허가 완화와 권한 이양 등을 포함한 200여 개 규제특례를 사전에 ‘메뉴판’ 형태로 마련해 기업과 지방정부가 필요 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요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수요 응답형 규제 유예’를 도입하고, 심의 기간 단축과 실증 기간 유연화를 포함한 ‘업그레이드 규제 샌드박스’도 구축한다.

메가특구는 현 정부의 지방균형전략인 ‘5극3특’과 연계해서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은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대규모 지역 단위의 규제 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정부는 국회와 협의를 거쳐 ‘메가특구 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가특구 지정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원에서 장사하는 로봇, 도로 달리는 무인소방차…첨단산업 실험장 조성

정부가 ‘4대 메가특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5극 3특의 ‘지역균형성장’과 ‘국가전략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다. 현재 3000개에 달하는 소규모 특구가 산발적으로 지정돼 있지만 제한적인 규제특례와 국가 주도의 설계라는 제약 탓에 지역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광역·초광역 단위 지역을 선정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규제특례를 메뉴판에서 골라 쓰도록 하고 재정·세제 지원까지 묶어 그간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특히 로봇·재생에너지·바이오·자율주행 등 4개 핵심 성장 산업에 집중해 효율적인 지역 산업 육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광역 단위의 로봇 메가특구에는 로봇의 원본 데이터 활용과 이동로봇의 공원 내 영업 활동을 전면 허용하고 바이오 메가특구에는 1조 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등 전폭적인 권한과 지원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는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5극 3특의 지방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한 ‘메가특구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로봇·재생에너지·바이오·자율주행 등 4대 분야 메가특구로 지정된 지역에는 전 중앙부처가 참여해 △메뉴판식 규제특례 △수요응답형 규제 유예 △업그레이드 규제 샌드박스 △패키지 정책 지원 등을 집중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메가특구에 ‘3대 규제특례’를 적용해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통해 각종 규제 완화 항목을 정부가 미리 준비해 기업과 지역이 수요에 맞게 고르도록 하고 ‘수요응답형 규제 유예’로 현장 수요를 반영한 규제특례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메가특구에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창업·제도 등 7개 분야 통합 지원 패키지도 제공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행정통합지역의 경우 5조 원의 인센티브와 연계해 기업의 대형 투자 촉진에 기여하겠다”며 “국민성장펀드도 지방에 40% 이상 투자하고 지역성장펀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형 성장과 전략산업 육성 ‘두마리 토끼’

로봇 옥외광고·에너지 직접 거래 등 규제특례

이에 따라 산업통상부가 주도하는 ‘로봇 메가특구’에서는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통해 다양한 로봇의 원본 데이터 활용, 무인 소방로봇의 도로 통행, 실외 이동로봇의 옥외 광고와 공원 내 영업 활동 등이 폭넓게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적 규제특례 외에 기업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규제 완화 사항이 있다면 수요응답형 규제 유예가 적용된다. 가령 방역로봇을 활용한 소독업 활동을 위한 기업 수요가 있을 경우 정부가 심의를 거쳐 관련 규제를 신속히 유예하는 식이다. 여기에 데이터 팩토리 구축, 특화단지 지정 우대, 국민성장펀드, 공공 조달 확대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 등 정책 지원 패키지도 적용된다.

바이오 메가특구에서는 1조 원 규모의 ‘메가펀드’가 조성되고 국립대병원·지자체 중심의 지역 의료 연구개발(R&D) 확대 등 각종 정책 지원 패키지도 뒤따른다.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통해서는 첨단 재생 의료 심의 절차가 완화되고 치료 실시 요건도 확대된다. 분산형 임상시험, 웰니스·뷰티 의료기기의 허가 전 사용 등의 특례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는 허가 시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메가특구에서는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해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실사용 데이터를 허가 시 임상시험 자료로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1조 바이오 메가펀드·자율차 GPU 등 지원책도

메가특구특별법 연내 제정…하반기 신청절차

나머지 분야 메가특구에도 같은 방식의 규제특례와 정책 지원이 적용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메가특구에서는 시도지사에게 자율차 임시 운행 허가 권한이 부여돼 기업의 허가 신청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책 지원 방안으로 △차량 정비·충전 공간, 차고지 등 상주·연구 공간 제공 △자율주행 산업 전문 인력 양성 △자율주행 AI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주행 데이터 및 GPU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메가특구에서는 재생에너지 직접거래가 전면 허용되고 자가용 재생에너지 거래의 자유화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직접 거래 시 망 요금 지원 기간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마이크로그리드·동적제어 시스템 구축 지원, 신기술 R&D 및 테스트베드 구축 등 정책 지원도 병행된다. 정부는 4대 분야 메가특구 추진을 위해 국회와 소통하며 가칭 ‘메가특구 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고 메가특구를 신속히 지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전반적인 규제 구조 개혁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 산업 규제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꼭 필요한 규제인지 정부가 스스로 설명·입증하고 규제 방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필요한 부분만 사후 관리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기존 규제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사후 규제영향평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지역 분과 소속 정상훈 위원이 메가특구 추진과 관련해 “속도와 조정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든다”며 “메가특구 차르 같은 걸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하고 있다. KTV영상 캡처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지역 분과 소속 정상훈 위원이 메가특구 추진과 관련해 “속도와 조정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든다”며 “메가특구 차르 같은 걸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하고 있다. KTV영상 캡처

李 “규제개혁 차르 진짜 필요”…김정관 “제가 로봇 차르 되겠다”

‘메가특구 차르’ 제안에 李 “우리 스타일”
신속한 정책 결정 ‘컨트롤타워’ 필요 공감
“그간 안 하면 할 수 없고 넘겨…꼭 피드백”
“권한 만큼 책임도”…부작용 가능성도 지적
“네거티브 규제, 사실 불안… 그러나 믿어야”

28년 만에 전면 개편된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서로 ‘차르(Czar)’를 주거니 받거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차르는 러시아나 슬라브권에서 절대군주를 지칭하는 용어다. 규제특례와 정책 지원이 결합된 강력한 ‘규제 합리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대통령과 장관이 번갈아 가며 강조한 셈이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지역 분과 소속 정상훈 위원은 메가특구 추진과 관련해 “속도와 조정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든다”며 “메가특구 차르 같은 걸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부처 간 조정과 의사 결정을 일괄적으로 책임질 강력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에서도 금융위기나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에너지 차르’ ‘코로나 차르’ 등 신속한 정책 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둔 바 있다.

정 위원의 제안에 이 대통령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는 “우리 스타일”이라며 웃음을 섞어 맞장구를 쳤고 이어 “진짜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위원회는 직접 집행 권한이 없어 제안이나 의제를 만들어도 이때까지 안 하면 할 수 없고 식으로 넘어갔다”며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행할 것과 못하는 것을 꼭 피드백을 해야 하고 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청와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진 ‘로봇 메가특구 추진 방안’ 보고에서 김 장관도 “정 위원의 ‘메가특구 차르’라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앞에 (언급된) 규제 내용, 지원 이런 걸 보면 누군가 차르 같은 사람이 있어서 한번 (총괄을) 했으면 하는 생각인데 대통령님께서 좀 부탁하시면은”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차르 제도 현실화에 힘을 싣자 김 장관은 “국무조정실과 같이 한번 만들어보는 방안을 도입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한다면 로봇 메가특구는 제가 한번 차르가 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만 이 대통령은 “차르 제도를 전면 도입해서 실제로 좀 활용했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무슨 제도를 만들면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고심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결국 민주적 통제를 잘해야 된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도 고민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세상에는 김 장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량한데 속은 시커매가지고 대형 사고를 쳐버리는 경우를 우리가 가끔씩 경험하지 않느냐”고 책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대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규제를 국제표준에 맞추고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나도 말은 해놓고 ‘사고 나면 어쩌지’ 엄청 불안하다”고 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현장을) 믿어야겠다. 대신 문제가 생기면 금지를 하든 통제를 하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출신 박용진 전 의원과 보수 진영 브레인으로 지칭됐던 이병태 전 KAIST 명예교수, 삼성전자 출신의 남궁범 전 에스원 대표이사 등 부위원장 3명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부위원장들이 완전히 다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싸우고 멱살을 잡아도 헤어지지 말고 균형을 이루자. 규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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