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은행규제 풀어 제조업 지원…韓, 글로벌 흐름에 뒤처져
[자본규제 강화땐 은행 40조 부담]
美, 대형은행 자본요건 5% 완화
英도 자본비율 기준치 13%로 ↓
은행 활용해 산업 보호주의 강화
“국내 은행 옥죄기 정책 벗어나야”
수정 2026-04-15 18:28
입력 2026-04-15 17:48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 규제 현대화(modernizing financial regulation)’를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제 무대에서 금융 규제 완화 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국제사회에서는 금융 건전성 확보가 규칙으로 통해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15일 “베선트 장관이 현대화(modernizing)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규제 완화(deregulation)를 시사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한동안 G20의 금융 트랙에 주목할 안건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특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금융 자본 규제 완화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스트레스 테스트 관련 리스크 규제를 푼 데 이어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에 추가로 매기는 자본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JP모건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의 자본금 부담은 4.8%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형 은행의 자본 요건은 7.8% 감소한다.
일본 역시 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은행 자본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거액이 필요한 기업에는 규제 상한을 넘어 대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일본 금융 당국은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 총액을 기본 자본 대비 2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이 같은 규제 완화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12월 기본 자본 비율 기준치를 종전의 14%에서 13%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산업정책의 부활 및 보호주의의 심화와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직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보호주의 심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됐던 국제금융 규제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국가가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 금융 당국 역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자본 규제 합리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은행의 보유 주식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줄인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규제 완화 속도와 정도 측면에서 경쟁국과 비교 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바젤Ⅲ 규제에 따라 현재 표준등급법 대비 65%인 위험가중자산(RWA) 내부등급법 하한을 2028년까지 72.5%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해 은행권의 자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경기·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와 관계없이 주요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이미 충분히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스트레스완충자본이 최대치로 도입되면 주요 은행이 쌓아야 하는 CET1 비율은 11.5%에 육박하게 된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의 CET1 비율은 대체로 이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CET1 비율은 14.91%이고 신한은행(14.57%)과 우리은행(14.13%)도 14%를 상회한다. 하나은행(16.42%)과 NH농협은행(15.23%)의 CET1 비율은 15%를 웃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결국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금융 규제를 운용하는 것이 당국 입장에서는 중요할 것”이라며 “완충 자본을 충분히 쌓아놓았다는 은행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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