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소주 고춧가루?”…몸 아플 때 마시는 술, 간에는 ‘치명타’
국제연구진, 알코올과 염증이 유도하는 간세포 사멸 기전 규명
난치성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예방 신약 개발의 새로운 표적 제시
입력 2026-04-16 14:26
감기나 독감 등으로 몸에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간 손상이 훨씬 심해지는 원인이 새롭게 규명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 서울대 라젠드라 카르키 교수, 호주국립대 시밍만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이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을 유발해 간세포를 사멸시키고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악화시키는 분자 기전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인한 염증 반응 시 분비되는 ‘인터페론’과 알코올이 만나면 간세포 사멸이 촉발된다.
염증 상태에서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세포 내 비정상 RNA인 ‘Z-RNA’가 급증한다. 이를 면역 센서인 ‘ZBP1’ 단백질이 감지하면서 간세포 사멸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다. 본래 건강한 세포는 ‘ADAR1’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Z-RNA를 숨기거나 변형해 면역 센서가 통제하지만, 알코올은 이 ADAR1 단백질의 생성마저 일부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인 염증 상황은 물론, 알코올성 간염이나 자가 면역 질환이 발생한 상태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같은 기전을 입증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실험 쥐의 ZBP1 단백질을 억제한 결과, 알코올과 인터페론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간세포 사멸과 간 손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Z-RNA 생성을 유도하는 ‘JNK 신호 경로’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도 간 손상이 감소했다. 알코올과 인터페론이 동시에 작용하면 JNK 신호 경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 역시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이상준 교수는 “그간 술 자체의 독성이 간세포를 직접 손상시키는 것으로 설명되어 왔는데, 알코올이 촉발한 면역 반응이 간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또 다른 기전이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며 ”ZBP1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 등의 새로운 알콜성 간 질환 치료제 개발의 토대가 될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다학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4월 10일 자로 게재됐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등 다수의 국가 및 민간 기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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