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작 주춤한 사이…중드·숏폼 파고든다
■분기점 맞는 드라마 시장
CJ ENM 등 국내기업 선전에도
제작 환경 열악…정책 지원 부족
中 드라마 팬덤 형성 움직임도
AI 활용 물량공세 땐 타격 상당
입력 2026-04-16 18:05
올 들어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대작 공세가 잦아드는 가운데 국내 드라마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신규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CJ ENM, kt 스튜디오지니 등 국내 기업들이 전통 드라마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중국 드라마(이하 ‘중드’), 숏폼 등에 대한 팬덤이 새롭게 형성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던 글로벌 자본 투자 감소 이후 나타날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중드’ ‘숏폼’ ‘마이크로 드라마’ 등까지 가세하고 있어 콘텐츠 시장은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투자 기준이 까다로워진 데다 제작비마저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가 예전 수준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이미 올려 놓은 톱 배우 출연료 등을 맞출 수 없는 수준이어서 제작 확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글로벌 OTT의 투자액은 줄어든 상황에서 이미 치솟은 순제작비를 맞출 수 없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는 줄었지만 케이블, 지상파 등의 라인업은 탄탄해졌다. 스튜디오드래곤, SLL, kt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S 등 국내 제작사들이 꾸준히 ‘웰 메이드’ 작품을 기획했고 자체 채널까지 보유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 들어 tvN 등은 ‘언더커버 미쓰홍’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유미세포들 3’, MBC는 ‘21세기 대군부인’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은밀한 감사’ ‘취사병 전설이 되다’ ‘허수아비’ 등 기대작이 잇달아 공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글로벌 OTT에서 볼 게 없고 오히려 다시 국내 방송과 OTT를 찾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자본의 침투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기획 제작을 해온 덕분이지만 제작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콘텐츠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OTT의 대작 공세는 줄었지만 ‘중드’ ‘숏폼’ 등 확고한 팬덤을 보유한 콘텐츠의 인기는 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소위 말해 촌스럽고 ‘중티’(중국 감성) 난다고 저평가됐던 ‘중드’가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역사 로맨스 ‘축옥: 옥을 찾아서’는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16일 기준) 9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티빙도 ‘천지검심’ ‘역무지성’ ‘이하범상’ 등 채널 차이나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중드’ 팬덤 시장까지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쿠팡플레이는 중국 영화·드라마 등을 서비스하는 ‘모아패스’를 유료 회원제로 운영 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부터 중국 사극 팬덤이 존재했다”며 “최근 들어 중국 사극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고 K드라마를 변주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청춘물이 젊은 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드’뿐만 아니라 ‘숏 드라마’ 등 중국 콘텐츠 공세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주는 ‘숏폼’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숏 드라마’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의 매출액은 2023년 5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준익·이병헌 등 영화 감독들이 ‘숏 드라마’ 연출을 확정했고, kt 스튜디오지니를 비롯해 영화 배급사 쇼박스도 뛰어 들었다. 그러나 ‘숏 드라마’를 비롯해 숏폼은 중국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중국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숏 드라마’의 성장세가 위협적”이라며 “15분 안팎의 콘텐츠를 인공지능(AI)로 빠르게 제작해 물량 공세를 펼 경우 한국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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