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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스포츠 정신’ 실종 사건

정문영 골프스포츠부 기자

입력 2026-04-16 18:31

지면 30면

“제발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봐. 팬들이 다 와 있는데 경기를 이렇게 끝낼 거냐.”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은 몇 주 전 경기 도중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결연함마저 묻어났다.

전 감독은 며칠 뒤 그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8일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정규 리그 최종전. SK는 주전을 대거 제외해 힘을 빼고 경기에 임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 운영도 보였다. 경기 종료 13초 전 동점 상황에서 얻은 자유투 2개를 터무니없이 놓쳤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림에도 맞지도 않은 ‘에어볼’이었다. 4쿼터 10분 동안 8득점에 그친 공격력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결국 SK는 2점 차 패배로 정규 리그를 4위로 마쳤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위 소노와 맞붙게 됐다. 껄끄러운 상대인 KCC를 피하고 정규 리그 상대 전적 우위인 소노를 택하기 위해 ‘고의 패배’했다는 의혹이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한국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를 열고 “SK가 불성실한 경기 운영을 했다”며 전 감독에게 제재금 500만 원, SK 구단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팬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승부 조작과 뭐가 다른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논란은 모기업인 SK텔레콤의 ‘스포츠에 진심인 기업’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SK텔레콤은 e스포츠, K리그, 남녀 핸드볼팀, 대한펜싱협회와 국가대표 선수 등을 지원해왔다. 비인기 종목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공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공정·존중·책임이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완전히 내동댕이쳤기 때문이다.

SK에 묻고 싶다. 그날 진짜로 졌나. 아니면 패배를 선택한 건가. 팬들에게 프로스포츠의 진정성을 훼손한 것에 어떤 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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