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美기업 실적 축포에 S&P는 ‘이미 종전’ 김칫국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94>
S&P·나스닥, 종전 기대에 사상 최고치 경신
실적 추정치 증가율 15→19%...은행 돈잔치
‘신중론’ 유가와 디커플링...월가도 매수 권유
물가·금리·채권·투자 등은 아직 회복 안 돼
테마주도 기승...전쟁 불확실성 “역풍” 경고도
수정 2026-05-03 13:45
입력 2026-04-17 07:26
중동 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미국 기업들이 올해 이익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아직 종전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고 국제 유가도 안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주식시장만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대형 은행 등 일부 업종은 변동성 장세를 이용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등 전쟁을 호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뉴욕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연달아 상향하면서 추가 상승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오는 28~2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많은 기업이 관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물가와 고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도 지정학적 위기와 무역 갈등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찮게 나온다.
트럼프, 종전 기대 띄우자...S&P500·나스닥 사상 최고치 경신
지난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80%, 1.59% 상승하며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1월 27일의 6978.60을 뛰어넘었고, 장중 최고 기록으로도 1월 28일의 7002.28을 돌파했다. 나스닥지수도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16일에도 0.26%, 0.36%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31일 이후 무려 12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24% 뛰며 상승 행진에 합류했다.
두 지수가 이렇게 강세를 보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이다. 뉴욕 증시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매우 곧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방송에서 “내 생각엔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서한을 통해 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스카이뉴스에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오는 27~30일까지 이란과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두고 “매우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면 회담 장소는 아마 지난번과 같은 장소(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는 16일에 한층 더 무르익었다. 이날 장 초반만 해도 반신반의하며 약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열흘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따라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방금 전 레바논의 존경받는 조셉 아운 대통령,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매우 훌륭한 대화를 가졌다”며 두 나라가 오후 5시부터 휴전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란과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고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며 “다음 협상이 주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일 합의된 ‘2주 휴전’을 거론하며 “연장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한은 오는 21일이다. 양측은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첫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내놓는 데 동의했다”며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합의한 열흘간의 휴전에는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간 기업 이익 증가율 추정치 15→19%...휴전 합의 뒤 신중론 반영하는 국제 유가와 디커플링
S&P500과 나스닥지수의 오름세는 단순히 종전 기대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아직 구체적인 종전 과정 윤곽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가만 기대 심리에 힘입어 전쟁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뇌관인 국제 유가가 여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0.01%,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도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0.10% 더 올랐다. 같은 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자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91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만 배럴 늘었을 것으로 점친 시장 예상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더욱이 16일 원유 선물 시장에서는 종전 신중론이 번지며 브렌트유는 4.7%, WTI는 3.7% 재차 급등했다. 이란 전쟁 이후 유가는 상승, 주가는 하락하는 흐름이 동시에 이뤄지다가 휴전 합의 이후에는 엇갈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지수의 강세에는 이란 전쟁 외에도 미국 상장사들의 호전된 이익 전망도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 업체 LSEG의 자료를 인용해 S&P500 기업들의 올해 연간 이익 추정치가 전쟁 직전 ‘지난해 대비 15% 증가’에서 ‘19%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도 13일 20.4를 기록해 지난해 10월말 23대에서 하락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음에도 이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비교하면 가격이 더 싸졌다는 의미다. 이는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크리스 파시아노 수석 시장전략가는 “유가 급등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이익 추정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이 된 데다 실적 전망이 좋아진 덕분에 분위기가 괜찮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 추이는 13일 시작한 올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줄줄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대형 은행들이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이를 통한 거래량 확대 효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골드만삭스의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9% 증가한 56억 달러에 이르렀고, 주당순이익(EPS)도 17.55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16.49달러를 웃돌았다. 주식 시장 수입이 전년 대비 27% 늘었고,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수입도 48% 급증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도 14일 1분기 165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 규모는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컸다.
씨티그룹도 14일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2% 늘어난 5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도 3.06달러로 전문가 전망치 2.65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은 최근 10년 내 최대를 기록했다. 웰스파고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한 52억 5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46.5% 늘어난 22억 1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5일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 17% 급증한 55억 7000만 달러, 86억 3000만 달러의 1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당순이익(1.11달러)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모건스탠리(3.43달러)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월가 美주식 투자의견 잇딴 상향...증시 활황에 테마주도 기승
뉴욕 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자 월가 전문가들도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하기 시작했다. 14일 씨티그룹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였다. 비타 만테이 씨티그룹 시장전략가는 “이란 전쟁이 결국 중단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연말까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소비, 인플레이션, 연준 등 불안 요소는 있지만 현 휴전 상태가 몇 주 뒤 종전으로 이어진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3일 블랙록도 “중동 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블랙록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를 근거로 기술주의 이익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도 전쟁으로 약세장이 계속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증시가 승승장구하다 보니 한국의 테마주격인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열풍도 강도를 높였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마이세움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날 회사명을 변경한다고 공표한 것만으로 16일 129.17%나 폭등했다. 운동화 업체 올버즈는 신발 사업을 접고 AI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뒤 15일 무려 582.33%나 폭등했다가 16일에는 35.79% 급락했다.
28~29일 FOMC 정례회의를 앞둔 연준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이란 전쟁 이후에도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15일 4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을 공개하고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적당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미국 대다수 지역에서 물가가 적당하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완만하게 올랐다고 기술했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달 4일 직전 보고서 발간 이후 이달 6일까지 권역별로 집계한 미국의 경제 상황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사실상 이란 전쟁 기간이 온전히 반영된 첫 베이지북이다.
연준은 노동시장을 두고도 “전반적으로 고용은 안정적이거나 약간 증가했고 한 지역만 소폭 감소했다”며 “대다수 지역은 낮은 이직률과 해고 최소화, 대체 채용으로 노동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짚었다. 이어 “여러 지역은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신중함을 유지한 까닭에 임시직이나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며 “많은 지역은 노동력 공급이 개선됐으나 숙련 기술직 인력 구인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에 대해서도 “완만하거나 적당한(modest to moderate) 속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소비자 지출에 대해서는 일부 지역의 기상 악화와 석유 가격 상승에도 전반적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12개 지역 가운데 8곳에서 경제 활동이 약간, 또는 완만하게(slight to modest) 늘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에 따르면 다수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의 가계 재정이 압박받는 조짐을 보였지만, 고소득층의 지출은 회복력을 유지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호전됐고 데이터센터 사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산업용 부동산도 강세를 나타냈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지역연방은행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보고서다. 통상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회복 안 된 인플레이션, 금리 동결, 채권 수익, 기업 투자가 역풍 부를 수도”
문제는 실적 추정치 상향만으로 현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느냐다. 이를 두고는 월가에서도 증시만 너무 일찍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에도 종전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주가의 추가 상승폭을 제한했다.
국제 유가의 경우는 되레 협상 신중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미국 해군이 이란 해상 봉쇄를 밀수 화물까지 확대한다고 공지한 점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밀수 품목에는 무기, 탄약, 핵물질, 원유, 정제 석유, 철, 강철, 알루미늄 등이 포함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재무부 동료들이 ‘경제적 분노’ 작전을 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도 15일 “유가 상승은 이미 미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로 올해 미국 증시 낙관론의 원천이었던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떨어졌다”며 “LSEG 자료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 12월까지 금리 인하 예상폭을 0.10%포인트로 추정하고 있고, 이는 연준이 0.25%포인트 인하를 한 번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라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전쟁 직전인 2월 27일 3.96%에서 14일 4.25%로 상승했다”며 “이는 기업과 소비자의 차입 비용 상승을 의미하기에 주식시장에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투즈 체이스인베스트먼트카운슬 사장은 “사람들이 올해 기업들의 전체 수익 성장을 정말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이익 추정치가 정확한 수치인지 아닌지를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연준 역시 베이지북에서 기업 투자를 두고는 “중동 분쟁이 고용, 가격 결정, 자본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됐다”며 “많은 기업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에너지 부문 활동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소폭 증가했지만, 고유가 지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많은 생산 업체가 시추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의 주인공이자 주요 경제 주체인 기업들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라는 진단이었다.
연준은 물가에 대해서도 “에너지 비용만큼은 중동 분쟁으로 모든 지역에서 가파르게 올랐다”며 “이는 화물·운송 비용, 플라스틱과 비료 기타 석유 기반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 비용, 보험료와 의료비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뉴욕 증시가 실적 시즌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란 전쟁이 어떻게 종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낙폭을 벌써 모두 회복했다는 사실이 불안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물가와 원유·채권·외환시장의 회복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주말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은 다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어 이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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